=====지난 칼럼=====/이일훈의 사물과 사람 사이

바보야, 문제는 직선이야

 


직선은 두 점을 잇는 가장 짧은 선, 가장 빠른 교통수단은 비행기. 그럼 비행기를 타고 직선으로 가면 어디든 제일 빨리 갈까. 출발과 도착 지점의 도로망, 공항의 접근성과 주변의 교통연계 상황 등을 종합하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서울에서 인천을 가는데 비행기를 타면 가장 빠를까. 우선 복잡한 서울 시내를 지나 김포공항까지 가서 기다렸다가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내려서 다른 교통수단으로 인천시내로 들어가야 하니 차량을 이용한 것보다도 시간이 몇 배는 더 걸린다. 그래서 김포공항과 인천공항 사이에는 항공노선이 없다.

 

그럼에도 어떤 경우나 직선이 빠르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하나.


간단하다. 경인운하를 가보면 된다. 트럭으로 30분 걸리는 거리(18㎞)를 배로 가면 2~3시간 걸리니 화물터미널은 늘 파리를 날린다. 주변엔 볼거리도 없어 억지로 띄우는 유람선(여객선이라 우기지 않는 게 다행)은 텅텅 비고, 수질오염 문제도 제기된다. 경제성은 아예 없고 환경에도 도움 안되는, 한마디로 쓸모없는 직선 물길, 왜 팠는지 모르겠다.

 

불량식품이 화려하게 보이듯 이름만 멋진 아라뱃길, 전기료도 못 건지는 형편에 한심한 분수는 무지개를 뽐내더라. 에두르는 곡선보다 쓸데없는 직선을 만들다니 참 우매하고 경직된 사고방식이다. 아니라면 그 이유 더 불순하고.


 

이일훈 |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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