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이일훈의 사물과 사람 사이

액자에 갇힌 ‘생각’

 

 

홍제천은 북한산과 한강을 잇는 서울의 주요 하천 중 하나이지만 본래 모습은 거의 없다. 물길 위로 고가도로까지 놓이니 하천의 한유함은 도회적 번잡함으로, 둔치의 해찰은 바퀴의 질주로, 풀숲과 돌 틈엔 밤낮없이 차량소음이 고인다. 그것은 도시의 밀도와 교통량의 증가가 불러온 변화로 과거에 없던 도시모습 중 하나다.

 

많은 이들이 거북해하는 거대한 교각에 르누아르(Auguste Renoir)의 그림이 걸려 있다. “잘했다” “멋있다”는 이도 있지만 “아니 홍제천에 뜬금없는 인상파 그림?” 하며 비웃기도 한다. 저마다 제 맘의 그림만을 원하는 감상평과 훈수가 넘치지만 으뜸 방책은 교각구조물 자체를 깨끗하게 관리하여 구조미를 드러내는 일이다. 혹 꾸밈이 필요하다면 구조물과 조화되는 새로운 미술형식을 탐구할 일이다.

열린 장소에 액자그림은 참으로 생뚱하다. 유명한 그림을 붙인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명화를 복사해서 아무 곳에나 걸겠다는 생각이 바로 액자 속의 낡은 생각이다. 특정한 프레임에 갇히면 장소·환경·상황 등의 변화를 읽지 못하니, 작품도 빛을 잃고 보는 이의 안목도 낮아진다. 제일의 피해자는 이유도 모르고 액자에 갇히는 세상일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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