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이일훈의 사물과 사람 사이

행복에 반대하다




‘헐!’ 황당하고 놀라고 당황스러운 감정을 표하는 비속어. 어이없거나 야유와 조롱을 뜻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헉이 변했다 하고, 허(虛)얼에서 왔다고도 하지만 둘 다 근거가 없는 소리. 내 맘에 안 들고 못마땅하다는 속어일 뿐이다. 그 헐이 대문짝만하게 큰길가에 나붙었다. 


‘행복’주택의 건립을 반대한다는 헐! 남의 행복이 내가 반대할 일인가. 남의 행복이 나의 불행인가. 그럼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인가. 아닐 것이다. 아니어야 한다. 나의 행복이 남의 불행이어서는 더욱 아니 될 일. 저 ‘헐!’을 외치는 이들에게 행복주택은 불행주택이다.


행복주택은 ‘토지사용료가 낮은 국공유지에 복합 주거시설을 조성’하여 시세보다 싼 임대료를 받겠다는 국토교통부의 임대주택정책. 집 없는 이들의 행복을 위한 정책이 불행을 겪고 있다. 주변환경 악화를 내세워 반대하지만 실상은 가난한 이들이 사는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기존의 아파트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자리에 최고급 복합시설이 들어서서 기존의 아파트값이 더 올라도 반대할까. 집값 때문에 행·불행이 갈리는 싸구려 세상에서 ‘헐!’을 외치는 사람들. 자신들의 행복에도 반대하는지 물을 일이다.




이일훈 |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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