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이일훈의 사물과 사람 사이

부재증명의 풍경

이일훈|건축가


 

‘빙글빙글 도는 의자 회전의자에 임자가 따로 있나 앉으면 주인이지….’ 천만의 말씀. 세상에 ‘사람 없어 비워 둔 의자는 없’으니 ‘억울하면 출세를 하라’던 1960년대 유행가 ‘회전의자’의 흥겨운 장단 속에는 냉혹한 생존경쟁의 처절함이 스며 있다. 1970년대 말의 유행가 ‘빈 의자’는 ‘피곤한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당신을 편히 쉬게 하리다’고 고단한 삶을 위로한다. 그 노랠 따라 부르던 이들은 지금 어떤 의자에 앉아 있을까. 빛나는 의자일까, 초라한 의자일까. 


의자는 형태와 배치에 따라 드러내는 욕망이 다르다. 서울시청 시장실의 회의용 의자에는 갖가지 사연이 녹아있다. 인권 수호에 힘쓰던 조정래 변호사의 의자, 사라진 대림시장에서 장사하던 상인이 쓰던 의자, 나이트클럽의 불을 끄다 순직한 변재우 소방관의 의자도 있다. 의자의 사연처럼 시민을 위한 행정을 펴겠다는 그 뜻, 올곧게 펴길 바란다. 의자를 권위의 상징으로 말하지만 권위 없는 의자에도 각각의 의미가 있으니 의자야말로 앉는 이의 존재증명이다. 모든 시민의 공동재산인 도로를 저 혼자 개인주차장으로 쓰겠다고 악을 쓰는 의자를 본다. 공동의식 아니 시민의식 자체가 없는 몰상식한 풍경, 양심의 부재증명이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왜 도로를 점령한 의자를 치우지 않고 의자에 앉아만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