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서울시의 저염식 대책

서울시청 옆에 좀 특별하게 생긴 신청사가 있는 건 다들 아실 테다. 이 건물의 생김새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그러나 적어도 쓰임새로는 높은 점수를 줘야 할 듯하다. 우선 이 공간의 지하 1, 2층에 부여한 이름이 ‘시민청’이다. 세상에 ‘시민’청이라니. 나는 서울시민으로 태어나서 살아왔지만 세금 낼 때 말고는 시민 대우를 별로 받아본 것 같지 않다. 우선 시민청에 들어서면 고압적으로 따져묻는 경비원이 없다. 이 기회에 말씀드리자면, 제발 관공서 출입할 때 ‘어디 가느냐’고 묻지 좀 말라. 만약 내가 테러범이거나 민원에 불만을 품고 공무원 멱살이라도 잡으러 가는 사람이더라도 사실대로 말하겠는가. “저, 총 몇 방 쏘고요, 그 자식 뺨을 후려치러 갑니다” 이럴 리가 있겠는가. 엄중한 경호와 무례한 위협은 전혀 다르다. 언젠가 오바마 옆에 서 있는 경호원을 보니 선글라스 속 눈초리는 사나울지언정 입꼬리는 위로 올리고 있더라. 그렇다는 말이다.

자, 시민청이란 당신이 곧 주인공이자 주인이란 뜻이다. 내가 내 집 가는데 누가 째려볼 것인가. 설사 경기도민이거나 대구시민이라도 상관없다. 주민증 까놓고 구경하는 일 따위는 없으니까 말이다. 내가 이 공간에 오는 건 대부분 음식 관련한 일이었다. 특이하게도 서울시는 음식에 대해 꽤 관심이 많다. 위생단속 같은 전통적인 관심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 하는 문제에 대해 신경 좀 쓴다. 얼마 전 저염음식과 관련해 시민청에서 강연을 했다. 건강은 나빠진 후에 수술하고 치료하는 것보다 예방이 더 중요한 것은 다들 아실 일이다. 고염식이 우리 건강에 끼치는 문제에 대해 서울시 당국이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나서겠다는 뜻으로 보였다. 논점을 정확히 잡은 거다. 서울시는 지자체로는 드물게 식생활개선팀이라는 개별 부서를 두고 있는데, 중앙정부 조직에서나 다룰 과제를 시 차원에서 챙기겠다는 뜻이다. 사실 저염식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우리 음식이 흰 쌀밥이 중심이라 짠 반찬과 국을 많이 먹게 된다. 젓갈과 김치 같은 짠 반찬을 올려 한 숟갈 뜨는 맛을 혀가 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고전적인 식습관이 바뀌지 않는 한 저염식은 참으로 고단한 문제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민간에서 자연스레 바뀌지 않으면 정책으로 지원해야 한다. 서울시의 저염식 프로그램에서 나온 국그릇 줄이기라는 화두는 비교적 실천하기 쉬우면서 효과적인 방법이다.


국은 소금을 많이 먹는 주범이다. 그런데 이십여년간 외식업이 발달하면서 국그릇은 지속적으로 커져왔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국과 찌개 그릇은 비대해졌다. 더 커진 그릇을 적은 재료비로 채우려다보니 원하지 않는 조미료와 질 낮은 재료로 채우기 십상이다. 국의 온도도 더 뜨겁게 뜨겁게-식탁에서 아예 펄펄 끓여서- 하다보니 혀의 감각이 마비되고, 덩달아 더 짜게 하지 않으면 맛을 느끼지 못할 지경이 됐다. 국과 찌개를 같이 주는 밥상도 늘고, 원래 작았던 찌개그릇이 국그릇처럼 커진 것도 무시 못할 악영향이다.

소금은 맛의 문제라 단순히 간을 심심하게 하자고 해서는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 국그릇 줄이기 같은 물리적 방법이 훨씬 효과적으로 보인다. 서울시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이 문제를 과연 어떻게 지속적으로 풀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박찬일 | 음식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