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혼밥·혼술, 되돌리고 싶은 현실

일본에 가는 이들이 시내구경을 하면서 혀를 차는 때가 있다. 이른바 독서실 칸막이 식당이다. 혼자 밥 먹는 문화 때문이다. 혼자서 구워 먹을 수 있는 구조의 고깃집도 흔하다. 누구도 남을 의식하지 않고 밥 먹고 고기를 굽는다. 서서 마시는 문화가 많은 것도 ‘혼술’의 문화를 잘 보여준다. 서 있으면 상대보다 오직 마시고 먹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혼밥’과 혼술을 하기에 좋은 업태라고나 할까.

그렇지만 디저트를 파는 카페에서 일인 탁자에 앉아 음료와 케이크를 먹는 광경은 스산할 정도다. 밥은 그렇다 쳐도 ‘대화’가 핵심인 카페에서 혼자서 즐기는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카페란 본디 같은 계급의 사회적 회합 장소이기도 했다. 유럽에서 온 카페문화가 아시아에서 이질적으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1인분은 아예 안 파는 한국의 고기 식당 문화에 사는 우리들은 이런 ‘혼자 즐기는’ 문화를 이해하기 어렵다. 어쩌면, 이 문장은 과거형으로 돌려야 할 것 같다. 이미 1인분, 즉 혼자서도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집이 홍대 앞쪽에 생겼기 때문이다. 제법 장사도 잘되고, 사람들도 호응이 있다고 한다. 나는 그것을 혼자서라도 고기를 먹고 싶은 손님의 기호로 치부하고 싶다.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그러기야 하겠냐는 뜻이다. 듣기로 그렇지만도 않다고 한다. 정말로 같이 즐길 사람이 없어서 오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기호라면 다행이겠으나, 그것이 분절되는 사회와 인간상이라면, 끔찍한 일이 아닐지.

우리는 여전히 동료와 가족, 친구의 응원과 유대를 잇고 있는 사회라고 자부하지만 여러 지표들은 다른 숫자를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1인 가족(이걸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지)이 크게 늘고 있다는 거다. 열 중 셋은 혼자라고 한다. 이는 지역 출신들이 수도권에 몰리는 한국의 특별한 사정도 한몫하겠지만, 최근의 ‘고립적’ 생활이 두드러지는 탓이 더 클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한 온갖 사회통신망을 많이 쓰면서도 더 외로워진다. 웹 안에서 소통하고 즐거워하며 위로받지만 그것은 가상의 상황일지도 모른다. ‘카톡’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우울해지는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사람들은 기를 쓰고 사회 안에 살고 싶어하지만, 소외는 더 깊어진다. 혼밥과 혼술은 대중문화의 대세도 바꾸고 있다.

요리 프로그램의 득세는 어쩌면 가장 극적인 현상이다. 어떤 프로그램은 실시간으로 시청자와 소통하면서 요리를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제 미디어에서 요리하는 이들과 소통(한다고 생각)하며 웃고 그 요리를 가상으로 즐긴다. 설탕 더 치고, 고춧가루 더 넣으라고 코치하면서! 그건 우리가 엄마나 아내의 칼도마 옆에서 하던 소리가 아니었던가. 인간은 결국 개별적인 존재이고, 외로울 수밖에 없지만 밥이나 술만큼은 그래도 함께할 이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지. 그 최후의 관계가 무너지고 있는 세상이 되었다. 겁난다.



박찬일 |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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