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

[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한 가지](64) 문훈숙 - 공연증후군 문훈숙 | 유니버설발레단 단장 누군가 내게 수많았던 공연 중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워싱턴의 작은 발레 스튜디오에서의 첫 공연을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때 맡은 역할은 의 오데트도, 의 여주인공도 아닌 탐스러운 긴 꼬리를 가진(두툼한 털옷 때문에 땀을 흠뻑 적셔야 했던) 다람쥐 역할이었다. 발레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 맡은 첫 배역이라 토슈즈를 처음 신을 때처럼 굉장히 흥분되고 설렜던 기억이 난다. 미국에서 살다가 아버지 손에 이끌려 연고도 없는 한국 땅으로 온 열 살 무렵, 리틀엔젤스 예술단에 입단한 나는 비록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순회공연의 경험을 통해 무대의 경건함에 대해 남들보다 좀 더 일찍 눈을 뜨긴 했다. 하지만 그때는 어렸기 때문에 모든 것을 마냥 신나게 즐기기만 했었다.. 더보기
북유럽 패션의 발랄한 세련미 '치프 컨데이' 90년대 미니멀리즘에 발랄한 분위기를 선사하는 스웨덴 브랜드 '치프 먼데이(CHEAP MONDAY)'의 2012 S/S 시즌 컬렉션. 이번 시즌에는 가벼우면서 밝고 줄무늬가 강조된 라인들로 오렌지와 파랑색 줄무늬에 흰색과 살구색을 조합해 젊음과 단순함이 강조된 아름다움을 담아낸 드레스가 눈에 띈다. 또 마치 즉석 사진같은 느낌의 색상 계열은 단색을 중심으로 담박하면서도 세련된 맵시를 보여주면서, 독립심이 강하고 순수하게 즐길 줄 아는 젊음이 전해진다. 편안하고 실용성을 중시한 의상들은 유리처럼 투명한 합성수지(아크릴)를 사용한 듯 섬세한 디자인 효과가 특징이며 여기에 가볍고 폭이 넓은 발목길이 진이 맞춰입는 맵시를 보여준다. 특히 A라인의 튜닉(엉덩이 위까지 내려오는 여성용 상의) 드레스는 쪽빛 색조의 .. 더보기
2012 여름패션, 망고 ‘경쾌발랄한 도심 세련미’ 무심한 듯 하면서도 색조, 무늬, 원단의 개성이 살아 과하지도 어렵지도 않은 맵시 연출이 가능한 '망고(Mango)'의 2012 여름 컬렉션. 발랄하고 경쾌한 느낌에 여성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이번 컬렉션은 단순미 속에서 도심 속 세련된 옷입기를 소개한다. 빛바랜 진부터 소녀 취향의 드레스까지 기능성을 추구한 편안함과 자기 표현은 물론 열정 가득한 젊음이의 일상복으로서 손색이 없다. 특히 정글을 주제로 한 무늬, 인기 높은 주름과 줄무늬, 물방울 그리고 빛을 뿜어내는 디자인 요소의 의상들은 블레이저를 비롯 데님 디자인, 수줍은 관능미가 엿보이는 드레스와 스커트로 탄생했다. 여기에 니트 스웨터와 티셔츠에 과감한 색조가 눈길을 끄는 핸드백, 부츠와 스니커즈, 벨트와 팔찌같은 액세서리는 올 여름 필참아이템이 될.. 더보기
[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한 가지](63) 이순원 - 등굣길 어머니의 이슬털이 이순원 | 소설가 중학교 때 나는 학교를 다니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가끔 결석도 하고, 또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학교에 가지 않은 날도 많았다. 우선 집에서 학교가 너무 멀었다. 매일 사오리가 넘는 길을 아침저녁으로 걸어다녀야 했다. 몸도 지치고, 학교에 가도 공부하는 재미가 없었다. 마음이 그러니 하루씩 결석을 하게 되었다. 처음엔 산에 가서 놀다가 점점 더 늘어 아예 집에서부터 학교에 가지 않았다. 그날도 나는 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다. 어린 아들이 그러니 어머니로서도 한숨이 나왔을 것이다. “그래도 얼른 교복을 갈아입어라. 어미가 신작로까지 데려다줄 테니까.” 그래서 마지못해 교복을 갈아입었다. 그러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어머니가 먼저 마당에 나와 나를 기다리기 때문이었다. 나는 잠시 전 어머니가.. 더보기
“한국여성에 맞춰라” 세계적 화장품들의 구애 유인경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ㆍ제품 개발에 한국인 참여시킨 맞춤제품 출시… 아시아 등 곳곳서 인기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이 ‘한국 여성 특별대우’에 나섰다.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이 깐깐한 데다 아시아 여성들이 한국에서 인기를 얻는 화장품을 다량 구매하기 때문이다. 각 브랜드마다 다퉈 한국전용제품을 단독 출시하는가 하면 한국인을 제품개발에 직접 참여시키며 한국 여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40년 전통의 ‘시세이도’도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한국 소비자만을 위해 필수 재생에센스를 선보였다. ‘하이드로-액티브 리페어링 포스’(사진)는 출시 1년 만에 한국 시세이도의 전체 에센스 판매량 중 40%를 차지하는 대표상품이 됐다. 수년간에 걸친 철저한 사전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 소비자.. 더보기
[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한 가지](62) 김형경 - 단체 해외여행 김형경 | 소설가 그것은 나의 첫 외국여행 경험이었고, 그곳은 체코 프라하의 구시가지 광장이었다. 함께 여행하던 일행은 일곱 명이었는데 우리는 독일, 오스트리아를 거쳐 체코로 오는 동안 안내인의 도움을 받으며 줄곧 한몸처럼 움직였다. 프라하 성을 관람하고 카를 다리를 건너오는 동안에도 함께 걸었다.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에 이르렀을 때, 시간이 남았는지 안내인은 처음으로 자유시간 30분을 주었다. 도시는 광장을 중심으로 방사상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얀 후스 기념상 앞에 서서 한바퀴 둘러보니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간 골목이 대여섯 개쯤 되었고, 골목마다 특색있는 상권이 형성되어 있었다. 모든 골목들을 들어갔다 나오기에 30분은 짧은 시간이었다. 레코드와 서점들이 있는 골목에 들어가 집시 뮤직 테이프를 들어보고.. 더보기
롱샴이 선택한 2012년 가을 아이템 ‘모피백’ 실용적인 가방라인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려온 프랑스의 가방 브랜드 롱샴(Longchamp)이 2012년 가을을 겨냥, 모피를 활용한 최신 핸드백인 일명 '모피백'을 일찌감치 선보였다. 모피로 눈길을 사로잡는 숄더백과 파충류의 가죽을 이용한 이 제품들은 쌀쌀해진 계절에 따뜻함을 더할 뿐만 아니라 가을철 우기에도 실용성이 높아 보인다. 롱샴은 연령대나 생활방식에 상관없이 누구나 활동성있게 만들어주는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이번 시즌의 컬러 기조는 조화에 다양성을 추가, 강렬하고 밝은 색조를 구비해 더욱 에너지가 넘친다. 보라와 진파랑, 그리고 핫레드가 주는 강렬함은 숨막힐 듯 아름답기까지 하다. 평소 세미정장이나 몇몇 캐주얼만으로 가을을 보내려 했다면, 이번 롱샴의 미니 핸드백만으로도 가을의 완벽한 .. 더보기
바르셀로나 친환경 주얼리 ‘빈티지의 진짜 멋’ 진정한 빈티지의 멋을 보여주는 스페인의 주얼리 브랜드 '아프레스 스키(Après Ski)'는 바르셀로나의 디자이너 루시아 베르가라가 직접 손으로 제작한 작품 컬렉션이 눈길을 끈다. 2012년 컬렉션 역시 재활용 소재와 유리알, 금속을 사용한 기하학적 형태와 파스텔 색조가 특징으로 자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특히 작은 삼각형 세부장식의 목걸이를 비롯 분홍과 흰색 육각형이 돋보이는 팔찌는 기발하면서도 고전 양식으로 어떤 옷맵시에도 잘 어울린다. 주로 자연 속 동식물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하나하나는 40년대~80년대의 오래된 소재를 사용해 만들어졌으며 앙증맞고 아담한 디자인으로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유럽에서 찾아낸 황동과 레진, 구슬과 골동품 원단을 소재로 디자인을 변형해 유약을 바르고 수공과정을 거친 작품.. 더보기
[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한 가지](61) 남경읍 - 자만의 대가 남경읍 | 뮤지컬배우 배우를 ‘딴따라’라고 하던 1970년대 후반, 난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세종문화회관 소속 ‘서울시립가무단’(현 서울시립뮤지컬단)에 입단했다. 고등학교 때는 성악과 진학을 꿈꾸었지만 가정 형편상 레슨을 제대로 받지 못해 결국 포기했다. 책 외판원과 신문팔이, 채소와 과일 리어카 행상을 하면서 겨우 학비를 마련해 재수를 했다. 앞날에 대한 고민을 하던 차에 산에서 우연히 만난 영화 연출가의 제안으로 연극을 하기 시작했고, 이듬해 대학 연극학과에 진학했다. 연극과 선배들 중에서도 연기보다 피아노 앞에서 매일 노래 연습만 하는 분들과 자연스럽게 친하게 되면서 ‘뮤지컬’이라는 말을 처음 접했다. 그해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대학 자체적으로 무대에 올린 뮤지컬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그때의 문화적 .. 더보기
미국스러운 캐주얼의 세련미 ‘데님앤서플라이’ 폴로랄프로렌이 지난 가을 새롭게 선보인 미국 스타일의 캐주얼 브랜드 '랄프 로렌 데님앤서플라이(Ralph Lauren Denim & Supply)'의 2012 S/S 시즌 컬렉션. 시선을 사로잡는 가벼운 소재의 겹침 디자인과 편안한 데님이 돋보이는 라인은 바지와 진, 짧은 바지와 치마, 캐주얼 재킷 외에도 여름용 토트백과 아기자기한 액세서리를 통해 멋진 보헤미안 맵시를 연출할 수 있다. 특히 거친 질감의 원단으로 히피의 정서를 담아냈는데 누구의 취향에도 걸맞는 재킷을 비롯 세련된 주름 효과와 독특한 워싱기법의 데님 디자인, 반다나 프린트(반다나는 인도 힌두어에서 유래된 홀치기 염색의 뜻으로 무늬는 둥근 홀치기 염색이나 줄무늬, 사라사 무늬 등 민속성을 가미)가 눈길을 끈다. 또 얇은 빨강 탱크탑에 초미니.. 더보기
2012 웨딩드레스, 욜란크리스 ‘이국의 신비한 여신’ 난생 처음 인생의 여신이 되고 싶은 아름다운 신부를 위해 '욜란크리스(YolanCris)'가 2012 웨딩드레스 컬렉션 '새로운 태양(New Sun)'에 직접 손으로 제작한 섬세하고 독창성 넘치는 작품을 담았다. 최고급 원단을 사용해 디자인 하나하나에 독특한 작품성을 부여한 욜란크리스의 웨딩드레스는 천상의 선녀가 입는 옷처럼 영묘한 아름다움과 황홀한 멋이 감돌고 있다. 가볍고 편안함을 주면서 현대성을 패션 디자인에 구현한 디자인은 친환경 유기농 소재로 훌륭한 세부 장식으로 꾸며냈다. 여기에 아이보리색 가죽과 가죽을 꼬아서 만든 장식용 수술끈으로 신부 가방을 제작해 민속성을 느끼게 만들었고 플랫폼 웨지힐은 꽃장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 발목의 레이스장식과 정교한 주얼리 역시 신부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만.. 더보기
[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한 가지](60) 심재명 - 지키지 못한 엄마의 마지막 심재명 | 명필름 대표 2006년 4월5일, 조금은 쌀쌀한 날씨였지만 하늘은 더없이 맑은 날이었다. 한 달여의 병원생활을 마친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시는 날이기도 했다. ‘근위축성측상경화증’. 흔히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불치의 병을 얻어 3년 넘게 투병하던 엄마가 급기야 호흡근까지 마비되는 지경까지 이르러 혼수상태로 응급실로 실려 가신 지 한 달. 가족의 허락 하에 목에 구멍을 뚫어 인공호흡기를 달아 생명을 연장하는 시술을 마치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오시는 날이었다. 매일 중환자실에 들러 엄마의 상태를 보고 가족이 돌아가며 입원실을 지켰던 터라 엄마가 돌아오시는 그 날은 마음이 훨씬 가벼웠다. 아버지와 올케 언니가 퇴원수속을 밟고 모셔오기로 해서 나는 그냥 회사로 출근했다. 근처 식당에서 늦은 점심으로 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