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

[내 인생 마지막 편지](6) 이주실 - 안녕, 똥가방 이주실 | 연극배우 며칠 전 넘말, 것절리 친구들이 상추를 싸들고 나한테 왔었어. 먹적골 그 집 밭에 가 상추 솎아내고 고추대 세우는 품앗이를 하고는 뒤란에 앉아 막걸리를 한 잔씩 하고 왔다더구먼. 친구들은 그대가 자꾸 오란다고 툴툴거리면서도 갈 곳 없는 나이에 불러주는 친구가 있으니 행복하다고 했어. 먼저 웃고, 먼저 사과하고, 먼저 친구들에게 연락하는 좋은 친구라고 칭찬하더구먼. 17년 전이었어. 소사북국민학교 졸업 50주년 모임에서 시를 쓰는 농사꾼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저어기… 기억할라나. 먹적골 똥가방이야” 했던 그대. 난 까맣게 잊었다가 그 소리에 알아차렸는데, “웬 루비이통 가방?” 하며 누군가 던진 말에도 그대는 맑은 웃음으로 답했지. 그 자리에서 그대는 “내가 공부는 영 담을 쌓아 ‘머.. 더보기
독일 하이엔드 패션 보그너, 비치웨어 컬렉션 양현선 미즈나인 패션 칼럼니스트 독일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 '보그너(Bogner)'의 2012 비치웨어 컬렉션은 바다를 느끼는 맵시를 비롯해 물방울 무늬에 프린트를 살린 유행 디자인이 눈길을 끌고 있다. 눈에 잘 띄면서도 조신한 옷차림은 몸매를 자랑하고 싶은 자신감 넘치는 여성 뿐 아니라 복고 느낌의 보다 고전미가 담긴 맵시에 얌전한 요조숙녀의 옷입기 취향까지 감안한 결과다. 이번 컬렉션은 끈없는 수영복을 비롯 홀터(어깨와 등 부분이 드러나고 끈을 이용하여 목 뒤에서 묶게 되어 있는 여성용 드레스나 상의), 원피스형 수영복까지 디자인이 다채롭다. 광고 캠페인의 모델은 루마니아 출신의 카트리넬 멘지아로 세련되면서 섹시한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다. (이미지 = Courtesy of BOGNER) 더보기
영국 귀족 파티걸 포피 델레빈, 루이 비통 모델 신정민 미즈나인 패션 칼럼니스트 뉴욕 사교계와 패션계의 유명인사이자 영국 귀족 가문 출신으로서 배우, 모델, 파티 걸로 이름높은 포피 델레빈(Poppy Delevigne)이 '루이 비통(Louis Vuitton)' 2012 여름 광고캠페인의 얼굴이 됐다. 화려한 고급스러움 보다는 루이비통 고유의 브랜드 이미지를 살린 룩북으로 여름 시즌 가장 내세울 만한 맵시들이 인상에 남는다. 포피 델레빈의 선사하는 루이비통의 작품은 웨지 샌들, 프린트 토트백과 면직 캔버스백, 선글라스까지 다채로운 줄무늬와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세부 장식이 탄성을 자아낸다. 부드러운 직물 소재에 브랜드 전통의 옷짓기 양식은 가볍고도 깔끔한 느낌을 살려주고 있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파우치와 어깨가방은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으로 조각한 듯.. 더보기
[내 인생 마지막 편지](5) 권여선 - 나의 사랑 강쥐에게 권여선 | 소설가 오래전에 어느 점쟁이가 그랬다고 우리 엄마가 말했지. 당신 막내딸 쉽게 시집 못 간다고. 엄마는 깜짝 놀랐지. 하지만 점쟁이는 느긋하게 그랬대. 걱정할 것 없다고, 늦게라도 눈이 뒤집혀 시집 보내달라고 날뛰는 날이 온다고, 그때 냉큼 보내면 된다고. 엄마는 까맣게 잊었겠지만 마흔 살에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 점쟁이를 생각했지. 당신과 결혼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서 슬픈 건 아니야. 결혼한다고 우리에게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오히려 당신 딸에게 쌍꺼풀 수술을 못해주고 가는 게 더 마음에 걸려. 나는 당신 딸을 직접 만난 적이 없지. 당신이 보여준 사진 속에서 그 아이는 앞머리를 눈까지 내려오도록 덮고 있었어. 눈이 작아 그런가 싶어 꼭 쌍꺼풀 수술을 해주고 싶었는데, 그 아.. 더보기
내스티 갤, 빈티지의 화려한 5월 맵시 신정민 미즈나인 패션 칼럼니스트 과감한 빈티지 맵시에 새로운 유행을 구현한 디자인으로 삶의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 넣어줄만한 브랜드를 찾고 있다면 '내스티 갤(Nasty Gal)'의 5월 컬렉션이 안성맞춤. 멋진 데님부터 다채로운 프린트, 과감한 느낌과 도발적인 주얼리를 통해 자칫 대중 속에 묻힐 뻔한 개성 넘치는 맵시를 선사한다. 파인애플과 꽃무늬, 시선을 사로잡는 민속성이 담긴 느낌의 프린트와 유행에 걸맞는 재단, 장식못으로 표현한 과감한 디자인은 화려하면서도 도전적인 멋을 전해준다. 특히 금속 장식고리와 커프스, 눈에 띄는 반지와 다양한 팔찌는 사랑스러운 조화를 이루며 옷맵시의 개성을 한층 더 북돋운다. 2006년 이베이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해 성고한 소피아 아모루소가 설립한 온라인 패션 브랜드 .. 더보기
[미스터M의 사랑받는 요리]새우디핑소스 글·사진 김승용 쉬운요리연구가 ㆍ새우와 어슷 썬 파,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와인 생각나네 보약이나 영양제를 챙겨먹는 것보다 매끼 밥을 제대로 먹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 음식 솜씨 좋은 주부들도 매 끼니를 정성껏 준비하는 것은 힘들다. 하물며 요리에 서툰 남자들이 근사한 요리를 하는 것은 엄청나게 스트레스 받는 일이다. 오늘은 정말 간편하게 만들지만 멋진 느낌을 주는 핵심 요리를 소개한다. ‘새우디핑소스’ 요리다. 대형 할인매장에 가면 수입 흰다리새우를 팔고 있다. 급랭처리해 선도가 좋다. 가격은 큰 것 30마리 한 팩에 9800원. 4인 가족이 식사 전에 간단히 맥주 한 잔하며 먹기에 적당한 양이다. 연인들끼리 식사 대신 화이트와인과 안주로 곁들이기에 안성맞춤인 요리다. 우선 새우를 .. 더보기
2012 수영복, 아구아 밴디타 ‘이국의 낭만 보헤미안’ 양현선 미즈나인 패션 칼럼니스트 콜롬비아의 수영복 브랜드 '아구아 벤디타(Agua Bendita)'가 2012년 '원 월드(One World)' 수영복 컬렉션의 하나로 선보인 '스마일링 다이아몬드'. 보다 이국적이면서 구슬과 보석 장식을 더해 반짝이 취향을 덧댄 수영복을 비롯 낭만스러움을 풍기는 밝은 에머랄드, 주름장식과 꽃무늬로 여성미를 가미하기도 했다. 특히 스마일링 다이아몬드 수영복은 히피 느낌의 세부장식을 더한 보헤미안 맵시와 70년대 지극히 빈티지 취향을 연상시키는 프린트가 인상에 남는다. 여기에 페이즐리(특히 직물 도안에 쓰이는, 깃털이 휘어진 모양의 무늬)와 동물 프린트, 터키옥색, 분홍, 자주색처럼 과장된 복고 느낌의 색조가 눈에 띈다. 또 다양한 아플리케(천 조각을 덧대거나 꿰맨 장식)같.. 더보기
[내 인생 마지막 편지](4) 강희근 - 내 속에 사는 C 시인에게 강희근 | 시인 후배 C시인! 그간 뜸했어요. 들리는 말로는 지각을 흔드는 감동적인 시를 쓰느라 문을 닫아 걸었다는데 좋은 결실이 있기를 빕니다. 오늘 나는 이런 자리를 빌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편지를 씁니다. 나는 C시인도 관심을 보여주고 애정으로 조언을 해준 ‘제5회 이형기문학제’(진주시 주최, 6월1~3일)를 무사히 마치고 한숨 돌리고 있는 중입니다. 이 행사의 특징 있는 프로그램으로 1박2일간 진행하는 ‘체험시 백일장’이 있지요. 내가 설명을 해주었을 때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사람처럼 맞장구를 치며 좋아해준 그 백일장 말입니다. 백일장이 갖는 즉흥성을 극복하기 위해 ‘체험 공간 지나가기’를 통해 사색의 기회를 넓혀 주자는 의도이지요. 그리고 이형기문학상은 연중무휴로 심사하는 과정을 거쳐 시상하.. 더보기
[내 인생 마지막 편지](3) 권지예 - 넌 참 많은 걸 주고 떠났구나 권지예 | 소설가 오늘 오후에는 네 사진을 보았어. 낡아서 이제는 희미해진 작은 흑백사진 안에 너와 내가 집 대문 앞에 서 있구나. 이 사진 기억나니? 우리 두 사람은 햇빛 때문에 살짝 찡그린 얼굴로 차렷 자세를 하고 있네. 아마도 난 열 두 살, 너는 아홉 살. 참 촌스럽긴! 나는 단추 달린 원피스를 입고 있고 너는 스웨터에 바지 차림이야. 나보다 반 뼘쯤 키가 큰 네가 입은 줄무늬바지를 보니 지금도 가슴이 아프네. 키는 작아도 내가 너의 언니라서 너는 늘 내 옷을 물려 입었지. 키가 큰 동생이 언니의 헌옷을 물려 입은 탓에 복숭아뼈가 도드라진 가는 네 발목이 껑충하게 드러나 있네. 거기다 오래 입어서 무릎이 나온 탓에 굵은 줄무늬가 꽈배기처럼 꼬여 다리가 개다리처럼 우스꽝스레 보인다. 너 떠난 지 3.. 더보기
[내 인생 마지막 편지](2)하나뿐인 아들아 ! - 김별아 소설가 자유와 침묵의 시간이 가까워 온다. 모카신을 신은 듯 발자국 소리도 없이, 솜씨 좋은 도둑처럼 가만히 남은 생애를 훔치러 다가오고 있다. 미립이 트이기 전 세상에 어섯눈을 뜨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그 순간을 수없이 상상하곤 했다. 두렵기에 더욱 똑바로 바라보려 한다. 뒷걸음질하지 않기 위해 한층 바싹 다가선다. 애초에 예행연습이라곤 할 수 없는 마지막 순간을 위해 끝없이 나 자신을 잡죄고 다그친다. 고단하다. 그때라면 푹 쉴 수 있겠지. 혜준! 내 하나뿐인 아들! 어리석고 약한 인간이라는 존재는 숨이 붙어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삶의 욕망을 떨칠 수 없다. 그처럼 불가항력의 미련과 회한을 예상해 거듭 마음을 다잡아도 내게 남은 마지막 욕망, 그리고 미련과 회한은 오로지 너에 대한 것이다. 너를 잃어야 한.. 더보기
모던 여성의 자존심, 소피 기틴스의 힐 ‘주목’ 점점 더워지는 계절에 맞는 완벽한 구두를 찾는다면, 고전적이면서도 세련미가 넘치는 느낌의 트렌드를 찾아내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최신 소피기틴스의 S/S 구두 컬렉션으로 표현된 품위있는 디자인과 다양성은 화끈한 새 시즌의 슈즈 동향을 엿보게 해주는 훌륭한 구성이다. 소피기틴스의 구두 컬렉션은 여지없이 단순하면서도 강한 스타일 원칙을 고수한다. 특히 이번 시즌에 선택한 스타일은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컬러리스트 프란시스 캠벨 보일리우 카델(Francis Campbell Boileau Cadell)의 작품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었으며, 다양한 구두 스타일의 개념들을 새롭게 정의해 냈다. 또한 소재의 터치감은 단순하게 찍어낸 듯한 프린트물의 느낌을 없애고 코튼 재질의 부드러운 요소를 강화해 탐날 만한 가치.. 더보기
[내 인생 마지막 편지](1) 안정효 - 오랜 낚시친구 한광희에게 안정효 소설가 환갑을 채우지도 못하고 한광희 전무가 광탄농장에서 세상을 떠난 때가 2002년 1월이었으니까, 서로 얼굴을 못 본 지도 어느새 10년을 훌쩍 넘겼군요. 그곳 하늘나라는 요즈음 얼마나 평화롭고 조용한지요? 내가 사는 이곳은 이렇게 시끄럽고 살벌하지만 말입니다. 난 작년 말에 구기터널 근처로 이사를 해서, 한 전무가 살던 평창동의 옛집과는 훨씬 거리가 가까운 위치에 자리를 잡았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꼭 녹번역 근처를 지나다니며 한 전무가 일하던 정비공장 자리에 들어선 소방서 옆 성당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우리들이 낚시를 다니느라 자주 그곳에서 만나고는 하던 날들을 아쉬워하고는 합니다. 1987년 11월 우리 둘이서 추자도 푸랭이섬으로 갯바위 낚시를 하러 들어갔던 일이 생각나는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