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

배설의 갱뱅 ‘돈의 맛’ 정성일 | 영화감독·평론가 작년 새해가 막 시작되었을 때 임상수를 만났다. 다음 영화가 무엇이냐고 묻자 “를 찍었으니 이제 을 찍어야지요. 아, 물론 그대로 제목을 할 생각은 없고”라고 대답했다. 일 년 반이 지나서 ‘다음’ 영화 을 보게 됐다. 이 정확하게 의 속편은 아니지만 두 편의 영화는 느슨하게 이어져 있다. 영화 속에 동일한 이름을 가진 (의) 어린 딸 나미가 어른이 되어서() “집안에서 불에 타 죽은 하녀”를 기억해낸다. 혹은 ‘下男’ 주영작이 머리에 비닐봉지를 뒤집어쓴 채 폭행을 당할 때 홈 시사실의 커다란 스크린에는 김기영의 가 상영되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임상수가 김기영의 에 존경을 바치거나 혹은 조롱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에는 김기영의 1960년 ‘이후’ 부르주아들.. 더보기
블루 & 체크셔츠 입는 차도남 유인경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ㆍ정장 바지와 드레스 셔츠, 신뢰감·지적 이미지 연출 ㆍ체크무늬나 슬림 핏 셔츠, 세련되고 젊어 보이는 인상 재킷보다 셔츠를 잘 입었을 때 남성들의 패션감각이 돋보인다. 도시남성의 세련되고 신사다운 이미지를 연출해주는 셔츠는 스타일을 살려주는 만큼 관리법도 중요하다. 더운 날씨에 매일 갈아입고 세탁하기 좋은 셔츠 스타일과 함께 보관법을 제안한다. 정장 팬츠와 매치하는 남성들의 가장 기본적인 드레스 셔츠는 흰색이다. 깨끗한 느낌의 흰 셔츠는 가장 무난하면서도 지적이고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연출하기 좋다. 흰 셔츠는 면소재도 좋지만 한여름까지 입기 위해선 통기성이 좋은 마소재 혹은 땀 흡수율이 뛰어나며 구김이 덜 가는 면 혼방 소재의 셔츠를 선택해야 한다.. 더보기
바비인형 무한 변신 ‘매혹의 에일리언 여왕’ 배은지 미즈나인 패션 칼럼니스트 53년 전 탄생 이래 무려 130번 이상의 캐릭터 변신을 해 온 만인의 연인, 인형 '바비'가 이번에는 외계 생명체의 여왕으로 탄생했다. 천사와 요정은 물론 뱀파이어와 은하계 여신, 인어까지 매혹 넘치는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주인공으로서 등장할 때마다 화제를 모았던 바비는 '에일리언 여왕'의 자태를 과시한다. '바비'만이 간직한 예의 그 아름다움은 적포도주빛 머리색깔과 섬세한 장식으로 상상 속 캐릭터를 에일리언 여왕으로 탄생시킨 인물은 빌 그리닝. 의상은 초록, 자주색, 검정을 바탕 색조로 금속 장식에 초점을 맞췄으며 공을 들인 머리장식은 '에일리언 바비 여왕'의 자태에 도도하고 고고한 멋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바비만의 미묘한 푸른 눈과 자주색 입술로 신비감을 전해주면.. 더보기
빈티지 느껴지는 우아한 조화로움 ‘비베 마리아’ 신정민 미즈나인 패션 칼럼니스트 독일의 란제리 브랜드 '비베 마리아(Vive Maria)'의 2012 S/S 시즌 컬렉션은 편안한 맵시에서 우아하고 섬세한 느낌이 전해진다. 평범하고 반복되는 디자인 개념에 새로운 변형을 가미한 결과물은 비베 마리아의 이번 컬렉션처럼 다양한 옷입기를 추구하려는 욕망에 다채로운 선택물을 선사한다. 빈티지 분위기를 띄워주면서 고아한 조화를 이루는 라인은 얌전해 보이면서도 고급스러워 보이는데, 다양한 형태에 심미안이 높은 조합으로 유혹을 떨칠 수 없음은 과감히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는 반증이다. 특히 몸매 지향형 디자인 양식을 비롯 작은 꽃무늬, 유별난 줄무늬는 프린트의 시각적 흥미를 돋우고 있으며 검정과 흰색 색조를 통해 고상한 면도 고수하고 있다. 또 파랑과 빨강을 중심으로.. 더보기
[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한 가지](69) 김홍신 - 내가 숨 쉬는 한 그대는 ‘사사’ 김홍신 | 소설가·건국대 석좌교수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향기는 후회인지 모른다. 부끄러운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고백하는 것은 영혼의 눈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게 다가오는 후회는 태풍이 휩쓸고 간 폐허 같아서 드러내기 싫었다. 사람이 스스로 움직이는 동력을 잃으면 낙엽이 된다. 아내가 그랬다. 오랜 세월 병상에서 현대의학의 도움으로 겨우 숨을 쉬었다. 어려서 얻은 천식이 기관지 확장으로 이어지며 평생 병치레를 했고 체중은 39kg을 넘어 본 적이 없으며 마지막 2년 동안은 남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낙엽 같았다. 에어컨 실외기만큼 큰 산소발생기, 코에 줄을 연결하는 실내기에 의지해 숨을 쉬고 병원에 갈 때는 이동용 산소통을 들고 돕는 이가 따라가야만 했다. 아내가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더보기
[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한 가지](68) 최정임 - 일 중독 딸 최정임 | 정동극장 극장장 무용가에서 경영자로 이름을 바꿔 달려온 시간이 벌써 3년째로 접어들었다. 낯선 영역에 발을 들이고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극장의 중장기 발전 3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영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올해 들어 쉰 날을 꼽아보니, 열 손가락도 못 채웠다. 살인적인 스케줄을 견뎌 준 체력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누적된 피로가 나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재검을 종용하는 건강센터의 전화, 떨어지는 집중력, 위험수위를 알리는 건강상태 등. 주말의 숙면 뒤에 막연한 불안감과 죄책감마저 밀려드는 일중독은 어쩔 수 없는 나의 직업병인 듯하다. 지난 시절을 가만히 되짚어보면 국립무용단에서 활동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1977년부터 시작된 나의 춤 .. 더보기
[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한 가지](67) 승효상 - 폭음과 바꾼 신혼 첫날밤 승효상 | 건축가·이로재 대표 1980년 여름 나는 빈으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도피였다. 그해 5월의 광주를 보는 일이 너무 힘든 나는 더 이상 이 땅에서 사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미국 땅은 가기도 싫었지만, 될 수 있는 한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떠나야 했으므로, 오스트리아 그라츠 출신의 요셉프라처 신부의 도움을 받아 빈 공과대학의 입학허가서를 받아 쥐고 8월 말 비행기를 타게 된다. 나는 71학번이니 유신체제가 본격 가동될 때 대학을 다녔다. 휴교령으로 으레 학교수업은 비정상이었지만 간혹 듣는 강의도 신통치 못해 나는 대학을 겉돌았다. 시위대에 가담하는 것도 잘 허락되지 않았다. 그 당시 데모의 주동이던 고등학교 선배가 내게는 건축 공부에 전념하라고 말했던 것이다. 아마 미친 듯.. 더보기
여름 대표 액세서리 팔찌, 겹겹이 걸치면 색다른 멋 글 유인경 선임 기자 alice@kyunghyang.com 팔이 노출되는 여름엔 팔찌가 대표적인 액세서리다. 최근 유행하는 여러 벌 겹쳐 입는 패션스타일인 ‘레이어드룩’과 서로 다른 스타일을 섞어 연출하는 코디법이 옷뿐만이 아닌 장신구 연출법에도 활용된다. 각양각색의 여러 팔찌들을 섞어서 스타일링하면 팔목을 가늘어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팔찌들을 어떻게 조합해 연출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고스란히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젊은 층의 여성들이 선호한다. 필그림 등 패션주얼리 업계에선 레이어드가 용이한 디자인의 팔찌 혹은 2~3개의 팔찌를 세트로 묶어 출시 중이며, 다양한 레이어드 스타일링법도 제안한다. 우선 아기자기하고 통통.. 더보기
주얼리로 만든 스타 탄생 신화 ‘스와로브스키’ 이름없는 평범하지만 소녀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새별이 되어 아름다운 여인으로 성장하면서 명성을 얻고 인기를 얻어가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스와로브스키(Swarovski)'의 S/S 시즌 컬렉션. 사랑스러운 파스텔 색조에 꿈을 꾸는듯한 배경으로 밝은 풍선과 사랑이 듬뿍 담긴 꽃 속에서 빛나는 스와로브스키의 작품들은 크리에이티브 감독 나탈리 콜린의 말처럼 '아름다운 스타 탄생의 깜짝 뒷얘기'를 연상시킨다. 이번 컬렉션은 '달콤한 60년대'와 '각광 속에서'라는 두 가지 주제가 특징. 천상의 가볍고 영묘한 아름다움이 빛나는 '달콤한 60년대'는 큰 라일락 리본이 달린 리젠시 목걸이에 담겨있다. 꽃모양 보석과 크리스탈이 박힌 자주색 목걸이 외에도 '라즈베리와 리본'은 검정 플라스틱 구슬로 만든 .. 더보기
[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한 가지](66) 윤호진 - 원망스러웠던 한국 윤호진 | 에이콤인터내셔널 대표 “도대체 난 왜 이런 나라에서 태어나서!”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이렇게 원망이 가득 담긴 후회를 해본 적이 있다. 사실 연극을 만들며 연출가로서의 미래를 찾던 나에게 1980년대의 한국은 그리 호의적인 곳은 아니었다. 항상 배가 고팠고, 집에 갈 차비도 없어서 먼 길을 걸어 다녔다. 그 와중에도 극단 사람들의 열의만으로 부족한 다른 부분을 채워가며 공연을 올렸다. 한마디로 전망은커녕 고달픈 삶이 보장되는 지름길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던 중 1982년 처음으로 해외연수차 바다를 건너 다다른 영국은 딴 세상이었다. 연수생으로선 운 좋게도 내셔널시어터에서 하는 프로덕션의 제작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는 옵서버의 기회를 얻었는데, 연출가의 상상이나 아이디어가 제시된 다.. 더보기
2012 가을패션, 라 피 베르테 ‘세련된 캐주얼의 멋’ 누구라도 첫 눈에 반할만한 캐주얼의 세련미를 표현해 내는 캐나다 여성패션 브랜드 '라 피 베르테(La Fee Verte)'의 2012 가을 컬렉션은 새로운 시도로 섞어 맞춰 입기를 통해 보다 개성과 매력이 넘치고는 맵시를 연출할 수 있다. 가죽과 모피에 홀치기염색, 니트웨어와 세퀸(스팽글, 반짝거리도록 옷에 장식으로 붙이는 작고 동그란 금속편)을 통해 유행을 선도하면서 독특하고 세련된 느낌의 멋을 전해 준다. 또 캐주얼 의상에 세퀸 장식에 대해 불안함을 느낀다면 도전적인 맵시 연출을 도와 줄 수 있는 컬렉션이다. 발랄한 분위기의 여성미에 미묘한 복고의 느낌 위에 화려함을 강조하고 다양한 기능성을 겸비한 이번 컬렉션은 새로운 맵시를 만들어내는 영감의 원천이 될듯. 날씨가 허락하는 한 언제라도 인기 높은 드.. 더보기
[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한 가지](65) 구효서 - 단풍 든 암자의 그 모시잎떡 구효서 소설가 새벽 두 시. 나는 어느 집 담장에 붙어 섰다. 스물두 살 청년이었던 내 손에는 M16 소총이 들려 있었다. 숨을 죽이고 집안의 동태를 살폈다. 내 곁의 동료도 긴장한 눈을 번뜩이며 철모를 깊숙이 눌러 썼다. 종이를 태운 검은 재를 얼굴에 바르고 있어서 달이 없던 밤이었으나 대원들의 눈은 희끗거렸다. 소대장과 파견 경사가 대문을 두드리며 물은 직후였다. “○○○씨 계십니까?” 집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나는 ‘유사시’란 말을 한번 더 되새겼다. 병영의 국기 게양대에 검은 리본이 걸렸을 때도 누가 죽었는지 몰랐다. 10월의 하늘에 무심하게 펄럭이는 조기를 보며 아침을 먹고, 오줌을 누고, 오전 훈련을 위해 장비를 점검할 때 내무반 스피커가 대통령의 서거를 짧게 알렸다. 조기가 먼저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