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

박찬호 선수의 옛집, 알링턴 스타디움 원래 야구장에 대한 글은 지난 번으로 끝내고 다음 봄을 기약할 계획이었으나, 텍사스 레인저스가 창단 이래 처음으로 월드 시리즈에 진출한 기념으로 부랴부랴 한 편을 더 준비한다. 몇 년 전, 루이스 칸의 킴벌 미술관을 보기 위해 달라스/포트 워스 지역으로 여행 갔던 길에 들른 적이 있다. 원래 워싱턴 세네터스였다가 텍사스로 옮겨 자리를 잡은 레인저스의 지난 49년은 한마디로 불운의 역사였다. 반세기에 가까운 기간동안 가을 야구는 딱 세 번 밖에 하지 못했으며, 그마저도 늘 양키스를 만나 1회전도 채 통과하지 못했다. 그 불운의 역사는 빚을 떠안고 계속된 팀 운영 때문에 올해 절정을 이루게 되었는데, 전설의 '텍사스 특급' 놀란 라이언의 팀 매입으로 이제 그 불운의 역사를 뒤로 하고 월드 시리즈에 진출, 팀.. 더보기
[오늘의 산책] 일본민예관 찾아가기 크로스 지킴이 윤민용 기자가 〈필진열전〉에 쓴 ‘오싹한’ 세로드립을 보고 단풍구경 갈 짐을 싸다말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쓰고 가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실은 지난 달 말, 잠시 도쿄에 다녀왔다. 목적은 일종의 휴가. 다녀와서 바로 재미있는 글을 올리겠다는 말로 순진한 윤 기자를 안심시키고 ‘튀었다’. 아니, ‘날았다’. 문득 달력을 보니, 다녀온 지 스무날도 더 지났다. 뭐라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백수 과로사” 라고, 결코 노느라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건 아니라고 되지도 않는 변명을 해본다. (미안, 미안~) 이번 도쿄 행에서는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바로 일본민예관(日本民藝館)과 리하쿠(李白)라는 오래된 찻집. 십 여 년 전부터 벼르던 곳들인데,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 더보기
필진을 소개합니다. <심정원> 필진소(필진을 소개합니다) 3번째 입니다. 우리는 바야흐로 이미지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미지가 넘쳐나다보니 이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또한 저런 이미지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마련된 코너가 바로 입니다. 현장에서 오래 취재 경험을 갖고 있거나 직접 전시기획, 비평 등의 일을 하면서 대중과의 소통에도 관심이 많은 분들을 필진으로 모셨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필진은, 미술동네 이야기를 맛깔나게 들려주는 "정원씨"입니다. 청정원 아니고요, 심정원 님입니다. 간략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 어느 날 문득 다니던 대학을 때려 치고 동네 화실로 출근했다.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겠다는 심산이었다. 처음엔 디자이너를 꿈꾸.. 더보기
사람의 자리가 없는 공원  가을은 추수의 계절, 눈 앞에 황금색으로 익어 고개를 숙인 곡식의 물결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것도 도시의 한 가운데에서. 다른 매체에 공원에 관한 기사를 쓰느라 추석 연휴 전후로 서울 소재 거의 모든 주요 공원을 돌아다녔다. 공통적으로 읽을 수 있는 특징은 참으로 간단하고 명료했다. 보여주기에 집착한 나머지 이용자여야 할 사람이 피사체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공원이 가지고 있는 '테마'는 그 공원 자체의 존재를 위한 것이지, 사용자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세운 초록띠 공원'은 아주 작지만 그러한 특징을 함축적으로 품고 있는, 공원 아닌 공원이었다. 이 '공원'에는 사실 아무 것도 없다. 조, 수수 등, 요즘은 잘 안 먹는 잡곡들이 심어져 있다. 구색을 갖추기 위.. 더보기
[Concert Review] KBS 교향악단 카네기홀 공연 추석을 기념하여 예정되었다던 KBS 열린음악회 카네기홀 공연이 무산이 되면서, 그 날짜와 장소에 KBS 교향악단의 공연이 펼쳐지게 되었다. 바이올린 협연자로 사라 장이 나서서 인지, 티켓 구하기가 무척 힘든 공연이었다. (티켓이 전석 선착순 배부였다고 함.) 사라 장의 연주가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이기는 했지만, 지난 7월 KBS에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함신익씨가 취임 이전 내정 단계에서 단원들의 반발이 있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었기에, 이 분이 취임 이후 3개월간 어떻게 이 오케스트라를 갈고 닦아 무대 위에 올리게 되었을지가 궁금했다. 아울러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작곡가 김지영씨의 곡 가 세계초연이 될 것이라고 하니 매우 흥미로운 음악회가 아닐 수 없었다. 카네기홀 홈페이지에서 발췌해온 이날의 .. 더보기
정치적으로 올바른 새우구이란 무엇인가 새우철인지,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축제에 가서 새우"구이"를 먹었다는 글이며 사진을 많이 보게 된다. 팬이라고 하기에는 높고, 냄비라고 하기에는 낮은 조리 기구의 바닥에 소금을 깔고, 새우를 고래 없이도 등이 터져라 가득 담는다. 그리고는 뚜껑마저 덮어버린다. 미안하지만 그건 구이라기보다는 찜에 가깝다. 일단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재료의 분포 밀도이다.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재료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집올린다. 이건 단지 새우의 문제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고깃집에 가면, 일하는 '이모님'들이 정말 불판을 가득 메울 정도로 고기를 올려놓는다. 손님들이 빨리 먹고 가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런다면야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닌데, 문제는 이모님이 없는 집들이라면 배고픈 손님들이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 더보기
[미니픽션] KISS 부엌 뒤쪽에서 지하실로 통하는 문을 발견한 것은 막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젠장, 못 찾은 것보다도 못하게 됐군.” 중얼거리며 문을 열려는 순간 프랭크가 몸을 낮추며 나를 막았다. “이것 봐, 손잡이에만 먼지가 적게 쌓여 있어.” “그래서?” “최근까지 놈이 이곳을 드나들었단 얘기지. 곧 다시 말하자면……” “알겠어, 알겠으니까 쉽게 가자고.” 나는 문을 홱 열고 권총을 겨눈 채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갈수록 지하실 아래로부터 심한 나프탈렌 냄새가 올라왔다. “이봐, 그렇게 서두를 건 없잖아.” 코를 쥐었는지 맹한 목소리로 뒤쪽에서 프랭크가 말했다. “신중 또 신중 몰라? 상대는 연쇄 살인범이라고. 사우스 솔트레이크(South Saltlake) 시티가 생긴 이래 가장 흉악한……” 잔뜩 움츠린 그의.. 더보기
야구장 건축과 샌프란시스코의 AT&T 필드 우리나라와 미국 양쪽 모두에서 야구 포스트 시즌이 한창이다. 우리나라는 삼성 대 SK의 코리안시리즈를 앞두고 있고, 미국은 2회전에 해당하는 리그 챔피언쉽 시리즈가 곧 시작된다. 포스트시즌의 열기가 절정에 달아오르는 마당에 야구장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나는 메이저리그는 물론 마이너 리그의 유망주 리포트까지 열독하는 야구광이다(그만큼의 수준은 아니지만 미식축구 또한 즐겨보는 편이다). 때문에 야구장이 있는 도시를 많이 여행했고,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홈구장 가운데 절반 정도는 돌아본 것 같다. 리글리 필드(시카고 컵스의 홈구장)나 펜웨이 파크(보스턴 레드삭스)와 같이 역사적인 상징 취급을 받아 헐 수 없게 된 몇몇 구장들을 빼놓는다면, 거의 대부분의 야구장들이 지난 15년 사이에 새로 들어.. 더보기
<한국음식 오디세이>와 우리 음식을 바라보는 편향된 시각 우리나라 음식 문화에 대한 책들은 대부분 재미없다. 일단 우리 음식의 우수성을 전제로 깔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내가 우리 음식을 우수하지 않거나, 한술 더 떠 열등하게 본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다른 음식 문화를 무시하거나, 논리의 비약을 범하는 경우를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렇게 우수하다고 하는 음식들은 까놓고 말해 요즘 우리가 쉽게 먹을 수 있는 것들도 아니다. '전통'이라는 이름아래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이다. 여러 음식 문화가 한데 뒤섞여 있는 우리 음식 문화의 현주소에 대해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한식의 세계화든 양식의 한국화든 균형잡인 의견을 내놓는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한데, 그런 의견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는 위에서 언급한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는 책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더보기
[New York Music Guide] Prelude: 뉴욕 음악 가이드를 시작하며 내가 처음 미국으로 유학을 고려하던 시기, 앞날에 대한 여러가지 고민 때문에 용기를 내지 못하던 나에게 대학시절 은사님은 이런 조언을 해주셨었다. "네가 뉴욕 같은 대도시에 가서 1년만 살다온다 해도, 그곳에서 겪은 많은 경험이 너의 앞날에 큰 밑거름이 될 거야. 그런 대도시에 있으면 글로 쓰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질테니까..." 그 말씀에 용기를 내어 여러 학교에 지원서를 냈고, 정말 운좋게도, 내가 제일 가고 싶어했던 뉴욕의 학교에서 입학허가가 났다. 그리고, 정말 1년만이라도 버텨보자는 심정으로 뉴욕으로 떠나왔다. 그렇게 시작된 유학생활은 어느덧 7년을 넘어서고 있다. 다양한 경험과 그간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서 변화한 나의 모습들을 되짚어 보다 보면, 그때 은사님의 말씀이 무슨 의미였.. 더보기
신선한 시금치와 치즈의 쌀스콘 갓구워 한입 깨물다가 오랜만에 놀라고 말았다. 무엇보다 시금치의 싱그런 향기, 또한 깊고도 짙은 치즈의 풍미. 재료의 존재감이랄까, 선명하다. 멥쌀, 남은 치즈, 시금치가 주재료인 것이다. 스틱형으로도 꽤나 좋았다. * 신선한 시금치와 치즈의 쌀스콘 멥쌀 간것 200g 치즈 아무거나 100g 시금치 데쳐서 50g 비정제 설탕 5g 볶은소금 1g 찬물 70g 베이킹 파우더 3g 베이킹 소다 1g * 180도, 15분 전후 / 5개 * 시금치는 끓는 소금물에 살큼 데쳐 새파랗게 하고 찬물에 얼른 식혀 물기를 꼭 짠다. : 대략 생시금치 약 80g이 데쳐 물기짠 시금치 50g * 배합된 치즈는 벨큐브로 유통기한 임박, 냉동한 것. 멥쌀은 집에서 갈았는데 최소한, 입자가 미세한 정도까지는 되어야 식감이 겉돌지 .. 더보기
새 교보 본점에 대한 잡다한 생각 언니네 이발관의 리더 이석원은 그의 일기를 통해 두 번째 교보본점(이하 교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책에 따라 공간이 나뉘어져 있던 맨 처음의 교보가 더 좋았다는 것이다. 나도 그 옛날 교보에 대한 기억을 어렴풋이나마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불만은 정확하게 비교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결과를 따져 본다면 불만을 느끼는 이유는 비슷했다. 공간의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던 타원형의 동선은 그 규모가 너무 커서, 왠지 책을 위한 공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아늑함이나 편안함의 기회를 원천봉쇄하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책장에 세워서 보관하면, 그 책의 모임은 하나의 벽이 되어 큰 공간을 나누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그 책장과 책장 사이의 공간, 복도는 한 사람의 어깨 넓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