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

(52) 탁현민 - 재수 좋은 날… 신영복 선생님께 탁현민 | 공연연출가 선생님을 처음 알게 된 날이 떠오릅니다. 공인 문제아였던 제가, 담배를 피우다 하루에 세 번 걸린 날이었었죠. 저는 교무실 한쪽에서 모눈종이에 반성문을 쓰며 머리를 쥐어박히면서 앉아 있었습니다. 그날 저는 ‘아! 세상엔 이렇게 재수 없는 날도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 날이었습니다. 그날, 오가는 선생님들의 눈총을 받으며 그렇게 있다가 문득 국어선생님 책상에 꽂혀 있는 한 권의 책에 눈길이 닿았습니다. . 바로 선생님의 책이었습니다. 그 책의 제목을 보며 감옥이나 학교나 비슷하겠거니 하는 생각과 그 안에서의 사색이라면 내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저는 그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생각해보니, 그날은 제 생에 가장 재수 .. 더보기
엘린 클링, 호스 인트로피아의 세련된 가을여인 박유진 미즈나인 객원 칼럼니스트 패션 디자이너이자 옷맵시의 우상으로 인정받으면서 패션 블로거로서도 잘 알려진 스웨덴 출신의 엘린 클링이 스페인 브랜드 '호스 인트로피아(Elin Kling)'의 2012 F/W 시즌 컬렉션 룩북 모델로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컬렉션에 자신만의 독창성이 담긴 해석을 가미한 엘린 클링은 새로운 계절을 맞아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정서에 미니멀리즘을 구현한 맵시 연출에 성공한 듯 보인다. 엘린 클링이 '모든 사람을 위한 자신감 넘치는 브랜드'로 이름붙인 호스인트로피아의 이번 시즌은 세련되면서도 현대성이 가미된 디자인 요소의 고전적인 라인이 이채롭다. (이미지 = Courtesy of Hoss Intropia) 더보기
이완 맥그리거, 벨스태프 가죽재킷 ‘가을남자’ 양현선 미즈나인 패션 칼럼니스트 스코틀랜드 출신의 영화배우 이완 맥그리거(41)가 가죽 재킷 브랜드로 유명한 영국의 '벨스태프(BELSTAFF)'의 2012~13 시즌 광고캠페인 모델로 매력을 선보였다. 섹시하고 섬세한 현대성에 정통 영국 브랜드에 대한 존중감과 독창성이 가미된 스타일을 고스란히 표현했다는 평가다. 영화를 통해서도 가죽재킷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았던 이완 맥거리거는 벨스태프의 개성과 멋을 제대로 구현한 모델로서 손색이 없어 보이다. 함게 등장한 모델은 카르멘 페다루, 마우드 웰진, 이므레 스티케마.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트레인 스포팅'(1996)으로 주목받는 영화 스타로 떠오른 이완 맥그리거는 지난해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코믹 멜로드라마 '예멘의 연어잡이(원제 :.. 더보기
2012 가을패션, 제이브랜드 ‘색과 소재의 조화미’ 배은지 미즈나인 패션 칼럼니스트 미국의 데님 브랜드 '제이 브랜드(J BRAND)'의 2012 F/W 시즌 컬렉션은 기본 색조를 바탕으로 한 섬세한 맵시의 의상이 눈에 띈다. 총괄 디자인감독 도날드 올리버는 남성스러운 디자인 양식에 여성미의 섬세함 사이의 양분된 감각을 강조하면서 원단의 질감에 초점을 맞춰 냈다. 어두우면서 꾸밈없이 담백한 이번 컬렉션의 특징은 빛이 나고 투명한 소재가 단순미를 강조한 구조와 결합되기도. 여기에 주름 바지와 재킷의 깔끔한 윤곽선은 비대칭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블라우스와 니트웨어에 짝을 이룬다. 원단 소재는 가죽부터 실크와 면, 모직을 망라하는데, 풍부한 원단은 기본 의상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검정과 흰색, 회색과 은색, 짙은 청색까지 단색의 색상 계열은 카키.. 더보기
노팅힐의 케이트 모즈, 리우 조의 가을 맵시걸 신정민 미즈나인 패션 칼럼니스트 이탈리아 밀라노의 멀티패션 브랜드 '리우 조(LIU JO)'의 2012 F/W 시즌 컬렉션은 일상복으로 손색없는 데님을 비롯 이브닝웨어와 외투를 통해 우아한 세련미를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시즌 광고캠페인은 결혼 이후에도 여전히 세계적인 톱 슈퍼모델로서 권위와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케이트 모스가 등장했다. 유명 패션전문 듀오 사진작가 이네즈 반 램스위르데와 비누드 마타딘이 촬영을 맡아 멋진 손가방과 주얼리로 치장한 케이트 모스가 '리우 조'의 옷맵시 완성도를 높여 주도록 작품을 탄생시켰다. 노팅힐의 한 고급빌라에서에서 진행된 이번 공동작업은 케이트 모스의 화려하면서 강렬하고, 담백하면서여성미 넘치는 매력을 담아내고 있다. 낮에는 리우조의 앵클 부츠와 어울리는 모피 재킷이나.. 더보기
카테리나 가타 ‘변화무쌍 가을맞이 빈티지’ 양현선 미즈나인 패션 칼럼니스트 화려한 색채의 향연, 만화경의 색깔 잔치처럼 색에 관한 한 이탈리아 디자이너 '카테리나 가타(Caterina Gatta)'의 2012 가을 컬렉션은 모방을 허락하지 않는다. 색조의 변화무쌍한 다채로움은 프린트에 고스란히 살아있고 현대성을 가미한 디자인 양식은 이번 컬렉션을 가을에 걸맞는 옷차림새로 손색이 없게 만든다. 특히 지안니 베르사체와 가티노니, 발렌티노 같은 이탈리아 명품 디자이너가 즐겨 사용하는 빈티지 느낌의 원단은 카테리나 가타 컬렉션에서도 여지없이 찾아 볼 수 있다. 2008년 자신의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보인 카테리나 가타는 색조 배합과 패턴은 물론 프린트를 통해 이탈리아 고유의 독창성을 재발견하는 기쁨을 선사한다. 이탈리아 로마 출신의 카테리나 가타는 런던의.. 더보기
‘남자의 마음’ 사로잡는 ‘여자의 가을야상’ 코디법 박유진 미즈나인 객원 칼럼니스트 아직 무더위가 가시지 않은 늦여름이지만 진정 멋을 낼 줄 아는 사람은 미리 가을패션을 준비하는 법이다. 이미 백화점이나 옷 가게 쇼윈도에 서 있는 마네킹들은 대부분 가을옷으로 갈아입은 상황이다. 이러한 시기에 준비해야 것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간절기를 대비한 패션 아이템이다. 낮에는 덥지만 아침 저녁으로 점점 쌀쌀해지는 날씨를 대비한 실용성이 높은 베스트 아이템 등을 구비해 놓으면 좋다. 군인이 입는 ‘야전 상의’에서 유래된 야상 패션은 가을이면 사파리, 점퍼 등으로 여성들의 중성적인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가을패션 트렌드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가을야상 베스트가 보다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출시되고 있으며, 원피스나 스커트와 함께 믹스매치하면 여성스러움과.. 더보기
[내 인생 마지막 편지](51) 전상국 - 천국에 계신 유재용 형께 전상국 | 소설가 2522. 형이 없는 형네 집으로 전화를 겁니다. 돌아가신 뒤 처음 듣는 아주머니의 목소리를 통해 형이 그토록 애틋이 사랑하던 정현과 국현의 소식을 듣습니다. 결혼 전부터 선교활동을 함께한 국현이 부부가 미국에서 자신들의 꿈을 펼치는 가운데 며느님이 둘째 애기를 가졌다는군요. 정현이 역시 어렵게 얻은 딸을 키우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정현이 국현이 두 남매를 두신 것처럼 형은 등 일곱 권의 중·단편집과 등 여섯 권의 장편소설을 이 세상에 남기셨습니다. 형은 이 시대의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꾼, 큰 작가였습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그 능청과 시치미가 작품의 깊이, 그 철학의 형상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짐으로써 그 이야기를 넘어서는 어떤 높은 경지를 독자에게 안겨주는, 형 특유의.. 더보기
2012 가을패션, 카렌 워커 ‘60년대 귀여운 여인’ 양현선 미즈나인 패션 칼럼니스트 쥘 베른의 명작 공상과학소설 '해저 2만리'에서 영감을 얻어 선보인 카렌 워커(Karen Walker)의 2012 가을 시즌 컬렉션 '바다 괴물들(Sea Monsters)'. 귀엽고 사랑스러운 복고풍의 영향을 재해석해서 단순미를 강조하면서도 다양한 기능성을 덧붙인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특히 60년대의 디자인 요소와 가을에 만나는 색다른 프린트로 인해 풍성함을 엿볼 수 있는 컬렉션은 풍성해 보이며, 가장 여성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세련된 치마와 드레스는 멋을 내면서도 자신만의 개성과 당당함을 과시할 수 있는 옷맵시를 연출한다.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과감해 보이는 연출법은 단벌 의상 위의 화려한 프린트로 인해 가능할 듯. 여기에 섬세한 빈티지 느낌의 일부 의상은 이번 .. 더보기
iCB, 프라발 구룽과 일본의 ‘세계화 패션 꿈’ 신정민 미즈나인 패션 칼럼니스트 일본의 여성복 브랜드로서 뉴욕까지 진출해 세계 시장을 넘보고 있는 '아이씨비(iCB)'가 수석 디자이너로 프라발 구룽을 영입해 재도약의 시발로 삼은 2012 가을 컬렉션 광고 캠페인. 카트린 크루거와 로라 캄프만은 그래픽 미술작품 앞에서 아이씨비의 과감한 색조 디자인과 프린트의 맞춤 의상을 선보였다. 배경으로 쓰인 맞춤 미술작품은 프라발 구룽과 콜라보 작업을 함께 한 멜리사 존스의 총괄 감독 하에 제작됐다. 패션사진 전문작가 세바스티안 킴이 촬영을 맡았으며 스타일 연출은 티이나 라크콘넨. 일본 최대 패션섬유 기업 중 하나인 '온워드 카시야마(Onward Kashiyama)'의 브랜드 중 하나인 아이씨비는 '인터내셔널 컨셉 브랜드'의 두음문자다. 1995년 마이클 코어스를 .. 더보기
[내 인생 마지막 편지](50) 전경린 - 내 상상 속의 K씨께 전경린 | 소설가 K씨, 당신이 나에게 첫 편지를 쓴 것은 30여년 전이었어요. 그보다 먼저, 내게 음악을 보냈고요. 그것은 당신이 직접 만든 일곱 개의 시디였어요. 그 울림을 무어라고 말해야 할지…. 풀려나오는 일곱 타래의 음악, 흘러내리는 일곱 강물의 음악, 눈과 비와 안개와 꽃잎이 쏟아지는 일곱 계절의 음악, 반짝이는 광휘 속에서 운행하는 일곱 행성의 음악…. 그때 나는 음악 없는 기간을 지나고 있었어요. 가구를 모두 치운 것 같은 빈방에서 오직 문장들을 생각하고 문장을 쓰고 문장을 읽었지요. 바스라질듯 메마르고 팍팍하고 지독히 고요한 침묵 속에서 잔인하게 나를 정화하듯이요. 별 기대도 없이 첫 시디를 오디오에 걸고 소파에 앉았을 때, 오랫동안 폐쇄시킨 방문 앞으로 음악이 범람하듯 밀어닥쳤어요. 은.. 더보기
공허한 퍼포먼스 ‘다크나이트 라이즈’ 정성일 | 영화감독·평론가 한참을 망설인 다음 이 영화를 이야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왜 망설였을까. 무언가 이 영화는 병들었기 때문이다. 병든 영혼과 가짜 육신 사이의 거래. 그 안에서 어떤 일관성도 보증받지 못한 채 정의의 이름으로 신체적 우울증을 치료하려는 폭력적인 힘의 예찬. 아무리 그래봐야 결국 실패할 것이다. 정의는 무능하고, 도덕주의적 분노는 무력하며, 그 사이에서 스펙터클한 투쟁들은 소란스럽긴 하지만 어둠 속에서 냉소적인 대상이 된다. 나는 니체에 관한 수사학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 크리스토퍼 놀런은 대안도 없이 21세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파괴된 영웅 서사를 음울하게 노래한다. 영웅의 의미는 무엇인가, 라는 물음과 괴물이란 누구인가, 는 사실상 같은 질문이다. 이때 둘 사이의 경계가 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