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

[내 인생 마지막 편지](41-1) 마광수 - 그리운 H에게 마광수 | 연세대 교수 이렇게 너에게 편지로나마 용서와 재회를 간청해본다. 나이를 먹다보니 시간이 하도 빨리 흘러가서, 너와 만났던 것이 몇 년전인지도 잘 모르겠다. 아마 3,4년 전쯤 되는 듯 싶다. 너를 알게 된 것은 네가 독자로서 나에게 이 메일을 보내서였다. 내가 맨날 글에다가 칭얼거리며 보채대는 나의 페티시(Fetish·성적 감정을 일으키는 대상물)인 ‘긴 손톱’을 네가 한번 네일아트 숍에 가서 가장 긴 걸로 붙인 다음 내게 보여주고 싶다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이게 웬떡이냐 하는 심정으로 그래줬으면 고맙겠다고 대답하고, 모조손톱 붙이는 비용을 내가 치러주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너를 처음으로 만나게 된 날, 나는 네가 붙이고 온 모조손톱이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나 길어 그만 홀라당 감격해버리.. 더보기
[내 인생 마지막 편지](41) 마광수 - 너를 사랑해, 미치도록 마광수 | 연세대 교수 오늘은 수요일. 어제 예기치 않게 술을 많이 마시게 되어 꾸물꾸물하다 보니 학교에 안 가고 그냥 집에 있게 되었다. 한여름의 수요일이라 에어컨을 틀어놓고 있는데도 덥기만 하고, 왠지 마음이 답답하고 외로워진다. 요즘이 한창 휴가철이라서 손에 손을 맞잡고 산으로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젊은 연인들 쌍쌍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그러다 보니 집에 틀어박혀 책만 읽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해 보이기도 하고. 하긴 학교 연구실에 나가 있어봤자 고독감이 덜해질 리 없겠지. 학생들이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 캠퍼스 안이 텅 비어 있을 테니까. 지금은 저녁 8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화면 속에 나타나는 것은 온통 너의 얼굴뿐이다. 왜 이리 우리는 마음껏 뭉칠 수 없는 걸까?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 더보기
[내 인생 마지막 편지](40) 김미화 - 웃으며 보내다오 김미화 | 방송인 애들아, ‘그날’이 오거든 엄마가 살던 공간에 들어와 엄마의 흔적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즐겁게 웃었으면 좋겠다. 에 나오는 로버트와 프란체스카의 사흘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먼 훗날 엄마가 떠난 후 아이들이 발견했고 매우 아름다워 소설로 다시 탄생했듯이, 애들아 너희도 그렇게 엄마의 부재를 슬퍼하지만 말고 지난날 엄마의 삶을 아름답고 흐뭇하게 바라봐줬음 좋겠다. 엄마는 누가 흉볼까봐 방을 깨끗하게 치우고 미리 준비할 생각은 없단다. 내가 정한 내 묘비명 ‘웃기고 자빠졌네’처럼, 물론 좁은 땅에 무덤을 만들 생각은 없지만, 그저 어느 한 구석에 내가 살았던 흔적을 추억하며 작은 비석에 이 글귀를 새겨줬음 좋겠다. 코미디언으로서 무대에서 열정을 다해 웃기다가 자빠지고 싶은 내 바람이 이루.. 더보기
[내 인생 마지막 편지](39) 신춘수 - 나의 벗 라만차의 기사에게 신춘수 |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작가는 상상력으로 글을 쓰지 않고 단지 기억으로 글을 쓴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난 기억의 파편을 모아야 할 뿐만 아니라 상상력과 감성을 모아 당신에게 글을 써야 합니다. 우리는 시공간을 넘어 만났기 때문이지요. 우선 우리가 어떻게 만났을까 생각해 봅니다. 중학교 1학년 겨울에 당신을 만납니다. 순식간에 당신에게 빠져 함께 여행을 떠났지요. 어린 나는 당신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풍차를 향해 돌진하고, 모험에 뛰어들고 꿈을 향해 가는 모습이 너무나 멋졌지요. 그리고 우리는 한동안 만나지 못했습니다. 아주 가끔 당신을 생각하곤 했지만, 나의 청춘은 온갖 세상 관심사로 향해 갔고, 정신 없이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 빠져 허우적거렸기 때문이죠. 이런 젊.. 더보기
2012 가을패션, 돌체앤가바나 ‘빈티지 고전맵시’ 박유진 미즈나인 객원 칼럼니스트 고급스러운 고전미를 담은 집시풍의 맵시에 대해 새롭고 독창성 넘치는 시도가 돋보이는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의 2012 F/W 시즌 컬렉션은 현대미의 느낌을 더해 여성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만든다. 보헤미안 양식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가장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실용성을 통해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시즌은 여성스러운 맵시를 강조하기 위해 장식을 떼어낸 단순미에 섬세한 디자인 효과를 줌으로써 유행을 좇고 있으며 독특한 멋까지 담아냈다. 몸매선을 지향하는 드레스를 비롯한 작품들은 세대를 이어가는 우아함을 선사해주는데 이번 시즌 광고캠페인을 통해 잘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정서를 고스란히 반영한 가족 모임과 축하행사를 소재로 옷입기와.. 더보기
랑방 가을 액세서리 ‘알버 엘바즈에 경배를’ 양현선 미즈나인 패션 칼럼니스트 120년 전통의 프랑스 명품 브랜드 '랑방(Lanvin)'의 알버 엘바즈가 총괄 디자인 감독(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취임 10주년을 맞아 한정판 액세서리 캡슐 컬렉션을 헌정받았다. '해피(Happy)'로 이름붙인 이번 컬렉션은 2012년 가을을 앞두고 슈즈와 가방, 주얼리를 포함한 10개의 미니세트로 선보여 눈길을 끈다. 특히 알버 엘바즈 특유의 디자인 철학을 존중한 주제로 독창성 넘치는 작품들로서 디자이너 고유의 인증 스케치, 만화 캐릭터의 얼굴이나 눈망울이 표현되어 있다. 장식용 심장문양(디아망 하트)는 랑방을 대표하는 하트 디자인에서 착안했는데, 이는 다이아몬드 카보숑(위쪽을 둥글게 깎은 보석)으로 장식한 커다란 하트모양 펜던트와 발레 펌프스에 차용됐다. 이어 그로그랭.. 더보기
[내 인생 마지막 편지](38) 손숙 - 나의 대통령님께! 손숙 | 연극배우 그 무덥던 8월의 어느날 대통령님은 떠나셨습니다. 병원에 계시던 내내 간절하게 기도했는데 하나님은 그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그때 공연이 임박해서 정신없이 연습 중이었는데 무대에 있던 제게 방금 대통령님이 서거하셨다고 누군가가 알려주었고 저는 팔다리 힘이 풀려 스르르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은 눈물도 나오지 않았고 그냥 머릿속이 하얗기만 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온몸과 마음이 무너져 내린 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존경하던 노 대통령님을 보내는 것 하고는 좀 다른 것이었습니다. 제 마음속에는 두 분의 아버님이 계십니다. 제 친아버님은 워낙 오랜 세월 떨어져 살아서 그냥 절 낳아주신 분 정도일 뿐, 육친의 정이라든가 이런 걸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평생 절 한번 안아주신 .. 더보기
최동훈 감독표 종합선물 ‘도둑들’ 정성일 | 영화감독·평론가 (스포일러가 잔뜩 있습니다. 저는 이미 경고했습니다.) 지금 막 도둑질에 성공한 ‘뽀빠이’(이정재)는 경찰에 꼬리를 밟히면서 네 명의 동료 ‘씹던 껌’(김해숙), ‘예니 콜’(전지현), ‘잠파노’(김수현), 그리고 지금 막 출감한 ‘팹시’(김혜수)와 함께 마카오에 간다. 거기서 속마음을 알 수 없는 ‘마카오 박’(김윤석)을 만나 홍콩의 ‘도둑떼’ 첸(임달화), 앤드류(오달수), (위장 잠입한 경찰) 줄리, 조니와 합류한다. 그들은 카지노에서 300억달러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쳐서 ‘손등의 나비문신만 보아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홍콩의 위험한 장물아비 웨이 홍에게 팔 생각이다. 물론 잘될 리가 없다. 여기까지가 이야기의 절반이다. 최동훈은 자기가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더보기
아페세 & 바네사 슈어드 ‘화려한 가을 결실’ 배은지 미즈나인 패션 칼럼니스트 프랑스의 토탈 패션뷰티 브랜드 '아자로(Azzaro)'의 전임 총괄 디자인 감독 바네사 슈어드(Vanessa Seward)가 프랑스의 캐주얼 의류 브랜드 '아페세(A.P.C.)'와 손잡고 2012 가을 콜라보 컬렉션을 선보였다. 모두 15품목의 작품으로 7월부터 판매가 시작된 컬렉션은 아페세 고유의 실용성이 담긴 맵시에 바네사 슈어드만의 화려한 느낌을 더했다. 프랑스의 세련된 여성미와 파리지앵의 자연스러운 우아함을 섞어 놓은 듯한 이번 콜라보 캡슐 컬렉션은 실크를 비롯 모슬린(속이 거의 다 비치는 고운 면직물), 양단(금・은색 명주실로 두껍게 짠 비단), 라메(금실・은실을 섞어 짠 천), 루렉스(가는 알루미늄 선이나 금속 선이 들어 있는 직물)처럼 최고급 첨단 원단을 사용.. 더보기
루이비통 & ‘물방울 여왕’ 쿠사마 야요이 콜라보 신정민 미즈나인 패션 칼럼니스트 기발한 방식으로 물방울 무늬를 예술작품의 소재로 삼아 예술가의 경지에 오른 일본 출신의 '폴카 도트의 여왕' 쿠사마 야요이(83.草間彌生)가 '루비 비통(Louis Vuitton)'과 콜라보 컬렉션을 선보였다. 7월 12일부터 뉴욕 휘트니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쿠사마 야요이 회고전'에 발맞춰 루비비통은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매장에 쿠사마 야요이의 인증 도안인 물방울 무늬 컬렉션을 선보인다. 쿠사마의 인증 물방울 무늬는 트렌치 코트를 비롯 파자마와 주얼리에도 디자인됐으며 오는 10월에는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가죽 제품과 쿠사마의 디자인이 합쳐진 컬렉션도 기대된다. 루이비통의 총괄 디자인 감독(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크 제이콥스가 진행하는 이번 콜라보는 2006년 도쿄에서 .. 더보기
[내 인생 마지막 편지](37) 서하진 - J에게 서하진 소설가 내인생 마지막 편지, 라는 꼭지의 청탁을 받았을 때 선뜻 내키지 않았어. 생을 마감하는 마당에 남기는 편지라니, 그간 써 젖힌 글 나부랭이로도 차고 넘치지 않는가 말이야. 마지막이라는데 누굴 원망하는 건 좀 그렇고 감사를 할라치면 열 손가락으로는 모자랄 터이니 말이지. 너를 떠올린 건 나로서도 뜻밖이야. 우리의 인연은 고작 이년 남짓, 친구, 연인, 동료… 그 어떤 이름으로도 부르기 마땅찮은 사이였으니. 그럼에도 나는 결국 네게 편지를 쓰고 있어. 오래전 어느 날. 그날 너는 잿빛 셔츠를 입고 있었어. 셔츠의 빛과 닮은 너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초조함이 깃들어 있었지. 잘 지냈지, 잘 있었어, 그런 안부가 오가고 너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눈치였지만 끝내 아무런 말없이 떠났어. 여름날이었.. 더보기
[내 인생 마지막 편지](36) 백가흠 - ‘조 대리의 트렁크’ 조 대리 백가흠 | 소설가 당신, 잘 지내시오? 실제로는 한번도 본 적 없지만, 내 머릿속에는 지금도 그대의 모습이 선명하다오. 당신도 나를 본 적 없을 테지만 당신 안에 내 모습 있을 테니, 그리 낯설지 않겠거니 짐작해보오. 이렇게 불쑥 편지를 전하게 되어 내 마음 민망함으로 그지없소. 허나 그대를 잊은 적 한번도 없으니 그간의 무심함 용서 바라오. 이해심 많은 사람이니 잘 이해해 줄 것으로 믿으오. 나는 그간 그저 그런 시간을 보내었소. 여전히 바쁘고, 정신없고, 불안정한 나날이 몇 년간 계속되었소. 여러 일을 하느라 일상이라는 것이 사라진 시간이었다오. 무엇을 좇아가는지조차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시간이었소. 무슨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갖고자 욕망한 것도 아니었던 것 같소. 그저 나는 흘러가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