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

[내 인생 마지막 편지](35) 유정아 - 내가 살던 동네 화곡동 나의 어린 시절을 추억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 화곡동이다. 담이 없던 화곡동 마당에 혼자 앉아 털바지 안에 인형 다리를 넣어 아이처럼 업고 벽돌을 빻으며 소꿉놀이를 했다. 진짜 엄마가 되었을 땐 정작 아이를 업고 그렇게 밥하고 빨래하고 “여보, 밥 드세요” 같은 짓을 많이 하지 않았건만, 어릴 때 나는 앙큼하게도 그러고 놀았다. 담이 생기고 옆집에 정수라는 아이가 살게 되었을 때 그 아이와 난 인생의 첫 친구가 되었다. 큼지막한 미끄럼틀이 있는 길 건너의 놀이터에도 함께 다녔고 우리집 안방 장롱의 거울 앞에 서서 사진도 같이 찍었다. 어느 해 비가 많이 와서 개천이 넘쳤던 날엔 흐르는 물에 조리 한 짝을 잃어버려 울며 집으로 돌아오기도 하였다. 엄마가 시집 가 처음 살다가 나를 낳았던 집은 갈현동이.. 더보기
여름 물놀이 맵시의 완성 ‘바캉스 슈즈’ 박유진 미즈나인 객원 칼럼니스트 바캉스의 계절이 돌아왔다. 무더운 여름으로 모두들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는데 분주하다. 특히 패션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이 분주할 수밖에 없다. 그녀들의 눈을 사로잡는 수많은 아이템 중 슈즈는 바캉스 패션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아이템으로 손꼽힌다. 수많은 슈즈들 사이에서 무엇을 살지 고민하는 맵시녀를 위해 휴가 장소에 따른 슈즈 패션을 제안한다. 바다로 바캉스 계획을 세웠다면, 모래 위에서도 물속에서도 문제 없는 플립플랍 슈즈를 추천한다. 발가락을 끼우는 슬리퍼 형식의 신발로 휴대성이 높을뿐더러 가볍게 신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물에 잘 젖지 않은 젤리소재로 되어있는지, 끈 부분이 떨어지지 않게 연결 되었는지 등을 체크하고 구입한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더보기
지방시, 오뜨 쿠튀르 여신들의 우아한 멋 양현선 미즈나인 패션 칼럼니스트 프랑스 명품 패션브랜드 '지방시(GIVENCHY)'의 창립자인 위베르 드 지방시(Hubert de GIVENCHY)가 추구했던 60년대의 깔끔한 디자인의 몸매선이 2012~13 F/W 시즌 오뜨쿠튀르 컬렉션에서 재탄생됐다. 지방시의 총괄 디자인 감독 리카르도 티시는 대선배의 몸매 윤곽선에 다방면의 디자인 요소를 비롯 보헤미안 집시 느낌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편안한 옷입기를 위해 어떻게하면 화려한 소재를 적용시키느냐가 관건이었다. 예를 들면 드레스의 몸통과 소매를 만들어 내기 위해 나파(무두질한 새끼 양가죽)를 밑단 장식으로 잘라내어 뒤를 함께 붙여낸 것이 이채롭다. 특히 밑단 장식은 바닥에 끌릴 정도의 긴 어깨 망토로 이용되기도 했다. 가죽을 잘라내어 조각으로 만들어 밍크.. 더보기
바캉스 키드, 바캉스 코디 ‘편하면서 체온 유지’ 박유진 미즈나인 객원 칼럼니스트 자녀들을 데리고 떠나는 바캉스. 이왕이면 우리아이가 편안하게 놀 수 있으면서도 예쁘게 보였으면 하는 게 부모마음이다. 여름 휴가철 우리 아이를 돋보이게 할 수 있으면서 편안함을 줄 수 있는 바캉스 코디와 필수 체크 사항을 알아보자. ◇톡톡 튀는 바캉스 코디 바캉스에서는 평소 편안함만 강조하는 일상복과 달리 색상이나 디자인에 있어서 조금은 튀는 스타일을 선호하고 있다. 바다나 휴양림 등 자연으로 떠나는 경우엔 자연에서 가져온 듯한 모티브의 꽃이나 나무, 페일즐리 프린팅이 되어 있는 보헤미안 스타일의 의상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와 함께 여성스러우면서 시원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꽃프린팅 원피스 등은 바캉스지에서 소녀 같은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바캉스룩으로 빼놓.. 더보기
[내 인생 마지막 편지](34) 이문재 - 김자, 정자, 임자, 선생님 이문재 | 시인 미국 동부 폭염이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건강은 어떠신지요. 며칠 전 전화하셨을 때 제대로 받지 못해 죄송합니다. 보이스피싱 탓입니다. 앞자리 전화번호가 낯설었습니다. 이튿날 같은 번호로 또 전화가 오길래 한참 뜸을 들이다가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듣는 음성인데도 0.1초 사이에 선생님인 줄 알았습니다. 저한테 전화를 걸어 “문재니?”라고 운을 떼는 사람은 지구상에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인천 주안역에서 선생님을 처음 뵈었을 때 사실 많이 놀랐습니다. 길거리에서 마주쳤다면 못 알아 뵈었을 겁니다. 그 사이에 30년이 흘렀다는 사실을 저는 놓치고 있었습니다. 제가 40대 초반으로 접어든 것만 생각했지, 선생님께서 50대 중반으로 진입했다는 ‘현실’은 까맣게 잊.. 더보기
[내 인생 마지막 편지](33) 이순원 - 나의 별친구 예하님께 이순원 | 소설가 예하님. 지금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계시나요? 햇수로 벌써 17년이나 지났습니다. 우리는 예하님이 서른 무렵, 그리고 제가 서른아홉 살 때, 아직 이 땅에 인터넷이 시작되기 전 PC통신에서 만났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예하님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것은 대략 미루어 짐작하는 나이와 그것이 본명이 아닌 게 분명한 예하라는 닉네임뿐입니다. 돌아보면 그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별로 ‘하쿠타케’라는 이름의 혜성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혜성 소식을 듣던 날 저는 어떤 책의 서문에서 이런 글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북쪽 끝 스비스조드에 높이와 너비가 각각 1마일에 이르는 거대한 바위가 있다. 인간의 시간으로 천 년에 한 번씩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와 날카롭게 부리를 다듬.. 더보기
2012 가을패션, 주세페 자노티 ‘명품 슈즈, 명품 모델’ 이탈리아 명품 슈즈 브랜드 '주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의 뮤즈인 폴란드 출신의 슈퍼모델 안야 루빅이 2012 가을 광고캠페인에서도 매혹넘치는 자태를 드러냈다. 주세페 자노티의 환상 슈즈 컬렉션을 한켤레씩 신고 등장한 광고에는 가죽 소재의 의상과 화려한 주얼리와 조화를 이루면서 발을 감싼 슈즈 디자인의 멋이 한껏 드러나고 있다. 패션전문 사진작가 카림 사들리가 촬영을 맡아 주세페 자노티를 신은 안야 루빅의 '차가운 관능미'가 더욱 돋보이고 있다. 주세페 자노티의 2012~13 F/W 시즌 컬렉션은 20세기를 풍미했던 전설의 패션 사진작가 헬무트 뉴튼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누드 패션'으로 관음과 욕망의 연금술사로 이름을 알렸던 헬무트 뉴튼이 50~60년대 찍은 여성들의 유명한 누.. 더보기
2013 리조트, 마크 제이콥스 ‘촌스러운 매력 맵시’ 현대 사진예술사의 한 획을 그은 미국의 여성 사진작가 신디 셔먼(58)의 작품 '광대 연작'에서 영감을 얻어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가 선보인 2013 리조트 컬렉션. 패턴과 색상의 대비감을 전개시키는 방식이 독특해, 얼핏보면 촌스러울 수도 있지만 신선하면서도 세련된 멋이 느껴져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밝은 색조와 과감한 패턴에 금속성의 느낌을 가미한 이번 컬렉션은 반짝이는 세퀸 장식에 조각천을 이어 구성한 쪽모이세공(패치워크)을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그리고 오그라들거나 과대한 크기의 몸매 윤곽선, 격자무늬와 부조화를 이루는 물방울 무늬 그리고 씹던 검 크기의 모조 다이아몬드(라인석)으로 장식한 플랫폼 샌들까지 장난스러운 취향과 재미를 반영하면서 '정의할 수 없는' 맵시의 매력을 선사.. 더보기
2012 가을패션, 펜디 광고 사진작가 ‘칼 라거펠트’ 신정민 미즈나인 패션 칼럼니스트 세계적 디자이너이자 패션사진작가로도 명성이 높은 칼 라거펠트가 푸에르토리코 출신으로 세계 모델계에서 흑진주로 주목받고 있는 조안 스몰스를 뮤즈로 발탁해 '펜디(FENDI)'의 2012 가을 광고캠페인을 촬영을 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6월 초 이탈리아 중부 플로렌스 외곽 65km에 위치한 키안티에서 진행된 촬영은 사이프러스와 올리브 나무가 우거진 숲을 배경으로 포도농장이었던 언덕 위의 초원 위에 선 조안 스몰스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난초에서 영감을 얻은 노란 모피코트를 입은 조안 스몰스에 대해 칼 라거펠트는 "마치 고대 이탈리아 에트루리아(Etruria)의 여신이 가진 아름다움을 간직한 듯 보인다"고 말했다. '가장 이탈리아다운 펜디의 디자인'에 힘을 실어주는.. 더보기
2013 리조트, 끌로에 ‘편안하고도 고급스러운’ 배은지 미즈나인 패션 칼럼니스트 편안하면서도 한껏 고급스러움을 디자인으로 표현해 내는 디자이너 클레어 웨이트 켈러(Clare Waight Keller)가 선보인 '끌로에(Chloé)' 2013 리조트 컬렉션. 원단을 더욱 고급스러운 방식으로 다룸으로써 구성미를 강조하지만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것. 70년대 유행하던 스카프에서 착안한 결과는 치마와 드레스에 구현된 자줏빛과 갈색의 꽃무늬 프린트로서 세련미가 넘쳐난다. 여기에 카키색을 비롯 녹빛과 크림색, 라벤더 색상 역시 컬렉션에 듬뿍 스며들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정사각형의 셔츠는 허리에 리본을 둘러매어 페플럼(블라우스·재킷 등의 허리 아랫부분에 부착된 짧은 스커트의 주름 장식) 효과를 내면서 가장자리를 레이스로 장식하거나 커다란 소매를 만.. 더보기
[내 인생 마지막 편지](32) 이명랑 - 저녁 여섯시경의 그녀에게 이명랑 | 소설가 그랬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돌아갈 집은 너무나 먼 곳에 있었고, 얇은 겉옷과 닳아빠진 양말 사이로 악착같이 헤집고 들어와 기어이 상처를 내고 마는 겨울을 이 악물고 버텨보던 그녀는 저녁 여섯시 무렵이면 그렇게 되곤 했습니다. 막무가내로 무너져 내리고 싶었지요. 스쿨버스를 타기 위해 교정 한쪽에 줄지어 서 있던 학우들, 발을 동동 구르거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함께 흥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 그들은 어쨌거나 모두 돌아갈 곳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녀는 그들과는 사정이 달랐고, 재빨리 등을 돌려 한 그릇의 저녁밥을 향해 내달리곤 했습니다. 그 풍경 속의 그녀는 배고픔이었을까요? 그랬습니다. 차도 옆 인도 위에 플라스틱 바구니 몇 개를 늘어놓고, 그녀는 스물아홉.. 더보기
[내 인생 마지막 편지](31) 조영남 - 58명 여친 중 한명에게 조영남 | 가수 문제는 58, 쉰여덟이라는 숫자다. 그렇다. 58은 현재 내 여친(여자친구의 준말)의 숫자다. 너무 많아서 놀랄 일도 아니고 너무 적어서 흥분할 일도 아니다. 잘난 척 하려는 게 아니라 나는 평소 여친의 숫자나 헤아리고 앉아 있는 쫀쫀한 스타일의 사람이 아니다. 나한텐 그만한 사연이 있다. 본 신문 칼럼 담당자가 몇주 전 ‘내인생 마지막 편지’를 주제로 한 원고 청탁을 해오는 바람에 ‘그거 재밌겠다’ 하면서, 그럼 나는 누구한테 마지막 편지를 쓸 것인가 궁리하게 되었다. 이런 때 아내가 있었으면 딱 좋았으련만 아내 없이 살아온 지도 꽤나 오래됐고 그렇다면 장차 내 아내가 되어줄 사람한테 쓸까, 뭐 이런 식으로 흘러갔다. 그러다가 급기야 그럼 내 아내는 장치 누가 될 것이냐, 그렇다면 현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