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

요즘 넥타이부대가 어딨니?… 남성 출근복, IT기업·공무원 ‘노 타이’ 바람 타고 정장서 캐주얼로 제일모직이 운영하는 삼성패션연구소는 해마다 흥미로운 통계를 낸다. 서울 삼성동과 시청앞, 여의도 등 사무실이 모여 있는 주요 거점에서 출근하는 남성들의 복장을 체크해 비교해보는 것이다. 이 연구소가 지난 5월 길거리에서 남성 2000여명의 출근복을 확인한 결과 58.6%가 캐주얼 복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장을 입은 직장인은 41.4%에 그쳤다. 1990년대 70%가 넘는 남성 직장인들이 정장을 착용했던 것에서 확연히 달라진 풍경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넥타이가 사라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정장 차림이 부쩍 줄어들더니 이젠 오히려 넥타이를 맨 이들이 왠지 어색해 보인다. 정장을 입더라도 색상이 짙은 옷에 한정되지 않으며, 셔츠 색상도 흰색 일변도에서 탈피했다. 이는 일부 대기업과 공공기관 복장 코.. 더보기
2014 리조트, 스텔라 매카트니 ‘거칠거나 예쁘거나’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가 선보인 2014 리조트 컬렉션은 디자이너의 성격을 그대로 닮아있어 행복한 삶이 가져다주는 기쁨과 희망을 표현한다. 실크를 원단으로 한 드레스는 꽃무늬 프린트는 파스텔 색조로 인해 우아하면서 이번 컬렉션의 새로움을 더해준다. 여기에 비단뱀 프린트와 원석 장식의 섬세함은 사랑스럽고도 은근한 반항기를 동시에 발견할 수 있는 톡특한 멋을 선사해 준다. 이렇듯 일상복의 캐주얼하고 발랄한 면이 강조됨으로써 스텔라 매카트니를 인증하는 또 하나의 컬렉션이 탄생했다. 그럼에도 격조 높은 항공 재킷(허리 부분이 꼭 끼고 앞은 지퍼로 잠그는 짧은 재킷)은 다양한 프린트 장식을 더해 신선한 면모가 돋보이기도. 부드러운 고급 공단 직물인 뒤셰스 수자직(새틴) 소재로 직하하는.. 더보기
2013 가을패션, 에뉴이 ‘발랄하고 우아한 쪽빛’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프랑스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클레어 피뉴(Claire Pignot)가 새롭게 선보인 여성복 브랜드 '에뉴이(HEINUI)'의 2013~14 F/W 시즌 컬렉션. 2006년 고급여성복 브랜드 '꼬꼬떼(Cocotte)'를 설립한 그는 이번 시즌을 맞아 새로운 '인디고 걸(쪽빛 색상 계열 중심의 젊은 여성복)' 브랜드로 에뉴이를 선보였다. 그동안 주문받은 의상 제작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보다 대중 취향에 영합하는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로 자신의 컬렉션 문턱을 낮췄다. 실크처럼 고급스러운 원단을 사용하고 일본식 데님이 주종을 이루는 에뉴이의 이번 컬렉션은 프린트를 강조하면서 파란색 중심의 색상 계열이 특징. 또 단순미를 강조한 디자인 선은 지극히 여성미를 부각시키.. 더보기
안토니오 마라스 ‘여성 예술가에 경배를’ 버니지아 울프를 비롯 20세기 초반 영국에서 '예술 지상주의'를 표방하며 문화운동의 중심에 섰던 여성 예술가들의 '블룸즈베리 그룹'이 '안토니오 마라스(ANTONIO MARRAS)'의 2013 F/W 시즌 컬렉션에 영감을 불어 넣었다. 세계에 대한 미적 해석 재능과 능력이 탁월했던 당시 여성 예술가들은 높은 교육수준은 물론 창의력 넘치고 현대성이 가미된 작품들을 통해 새로운 세기를 맞는 지적 기반을 마련해 줬다. 안토니오 마라스의 이번 컬렉션은 무한한 섬세함이 담긴 디자인을 통해 '아름다운 예술'에 대한 오마주를 표현해 냈다. 특히 흑백의 대비감 속에 기하학적인 꽃잎으로 표현된 튤립과 형태가 뚜렷한 의상에 구현된 꽃무늬 프린트를 비롯 붓으로 그린듯 가을 색조 속에 담아낸 붉은 장미는 트위드와 울, 털이 .. 더보기
잡스와 게이츠, 모방과 혁신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일까. 아니 요즘 유행하는 혁신이라는 단어를 가져와보자. 모방은 혁신의 어쩔 수 없는 그림자일까. 최근 삼성은 다시 한번 특허 침해 소송에 휘말렸다. 이번에는 애플이 아니었다. 다이슨이었다. 다이슨은 삼성의 신제품 ‘모션싱크’가 자사의 기술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청소기가 방향을 전환할 때 재빨리 회전할 수 있게 해주는 다이슨의 기술을 삼성이 가져다 썼다는 것이다. 이에 삼성은 적극 대응할 것이라 밝혔다. 사실 후발 주자가 이미 그 영역에 있어서 일종의 생태계를 창조해낸 선두 주자를 모방하는 건 거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경쟁은 고사하고 시장에 진입조차 할 수 없다. 물론 스스로 이미 글로벌 일류 기업이라고 주장하고 또 그에 어울리는 지위를 누리면서 정작 실무에.. 더보기
액자에 갇힌 ‘생각’ 홍제천은 북한산과 한강을 잇는 서울의 주요 하천 중 하나이지만 본래 모습은 거의 없다. 물길 위로 고가도로까지 놓이니 하천의 한유함은 도회적 번잡함으로, 둔치의 해찰은 바퀴의 질주로, 풀숲과 돌 틈엔 밤낮없이 차량소음이 고인다. 그것은 도시의 밀도와 교통량의 증가가 불러온 변화로 과거에 없던 도시모습 중 하나다. 많은 이들이 거북해하는 거대한 교각에 르누아르(Auguste Renoir)의 그림이 걸려 있다. “잘했다” “멋있다”는 이도 있지만 “아니 홍제천에 뜬금없는 인상파 그림?” 하며 비웃기도 한다. 저마다 제 맘의 그림만을 원하는 감상평과 훈수가 넘치지만 으뜸 방책은 교각구조물 자체를 깨끗하게 관리하여 구조미를 드러내는 일이다. 혹 꾸밈이 필요하다면 구조물과 조화되는 새로운 미술형식을 탐구할 일이다.. 더보기
(16) 디자이너 조수용 ㆍB급 느낌이 가장 좋아… 남들이 다 망할 거라는 일에 승부 걸죠 ▲ 네이버 초록색 검색창 만들어…“모든 길과 식당이 대형몰에 잡아먹히는 세상,‘자본주의 암부’ 없는 기업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해내고 싶어” 패션에 예민한 여자들이 가장 먼저 보는 게 구두란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슈어홀릭’은 아니지만 내게도 구두와 얽힌 이야기가 하나 있다. 우연히 보게 된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구두 브랜드 ‘토즈’는 땅값 비싸기로 악명 높은 도쿄의 오모테산도힐즈에 매장을 내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진행 도중 건물의 디자인을 전면 변경해야 할 위기에 처한다. 주변 상인들이나 민원, 고비용이 아니라 느릅나무 한 그루 때문이었다. ‘토즈’는 나무를 베거나 훼손하지 않고 건물 전체를 느릅나무의 나뭇가지를 이용한 디자인.. 더보기
2014 리조트, 마리 카트란주 ‘변치않는 장식의 멋’ 지난 2008년 자신의 디자이너 브랜드 데뷔 후 처음 선보인 '마리 카트란주(MARY KATRANTZOU)'의 2014 리조트 컬렉션은 역시 장식성이 넘치는 디자인에 대한 열정이 돋보인다. 신비롭고 오묘한 전원 풍경에 꽃무늬 여기에 도식화된 도형 프린트를 통해 그녀만의 독특한 디자인이 한때 유행의 산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번 컬렉션이 갖는 섬세함에서 찾아볼 수 있다시피 장식미를 배려한 결과는 꽃이 흐드러진 열대의 낭만이나 빛이 넘치고 색감이 강조된 도심의 독특한 멋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깔끔하게 재단된 드레스를 비롯 스커트와 재킷이 이번 컬렉션의 젊음을 유지하면서 마리 카트란주 디자인의 주제를 담아낸다. 브랜드의 정체성에 열광하는 패셔니스타들에게는 첫 리조트 컬렉션에서도 그 성취감을 맛볼 수 있을듯.. 더보기
토키도키 시계 목걸이 인형 ‘칼 라거펠트’ 명품 브랜드 '샤넬'과 '펜디'의 디자이너로서 살아있는 패션계 거장 칼 라거펠트가 목걸이 시계의 작은 캐릭터 인형으로 변신했다. 토탈 디자인 브랜드 '토키도키(Tokidoki)'가 선보인 라거펠트 목걸이는 폴리카보네이트(창문, 렌즈 등에 쓰이는 투명하고 단단한 합성수지) 소재의 작은 상반신 조각상으로 독특한 멋이 눈길. 또 조각상이 쓴 안경은 위에 두 개의 단추를 조작해 디지털 스크린으로 시간을 표시해주며 127센티미터의 강철체인이 달려 있다. 칼 라거펠트에 대한 경의로서 그의 캐릭터를 디자인 작품으로 선보여 온 토키도키는 '라거펠트 목걸이'를 오는 8월부터 199유로(한화 약 30만원)에 판매할 예정이다. 토키도키(ときどき, 時時)는 '때때로, 가끔'이라는 뜻의 일본어로 미술품과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더보기
바보야, 문제는 직선이야 직선은 두 점을 잇는 가장 짧은 선, 가장 빠른 교통수단은 비행기. 그럼 비행기를 타고 직선으로 가면 어디든 제일 빨리 갈까. 출발과 도착 지점의 도로망, 공항의 접근성과 주변의 교통연계 상황 등을 종합하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서울에서 인천을 가는데 비행기를 타면 가장 빠를까. 우선 복잡한 서울 시내를 지나 김포공항까지 가서 기다렸다가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내려서 다른 교통수단으로 인천시내로 들어가야 하니 차량을 이용한 것보다도 시간이 몇 배는 더 걸린다. 그래서 김포공항과 인천공항 사이에는 항공노선이 없다. 그럼에도 어떤 경우나 직선이 빠르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하나. 간단하다. 경인운하를 가보면 된다. 트럭으로 30분 걸리는 거리(18㎞)를 배로 가면 2~3시간 걸리니 화물터미널은 늘 파리를 날.. 더보기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중단, 그 옹색한 이유 지난 6월 이 지면에 에 대한 국방부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언급한 일이 있다. 크게 세 가지를 이야기했다. 첫번째,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다”고 할 때 그것은 ‘표현’을 인정한다는 것이 아닌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다. 두번째, 표현의 자유 문제에 있어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지는 가처분 신청은 그것이 한국의 정치사회환경 안에서 각 진영의 편의에 따라 매번 검열수단으로 악용되어왔기 때문에 위험하다. 세번째, 불편하고 부당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표현의 자유 자체를 억압할 수는 없다. 다행히 법원은 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정식 개봉일 하루 전이었다. 재판부는 “영화의 제작과 상영은 원칙적으로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장된다”면서 “영화는 천안함 사고 원인을 놓고 국민이 제기하는 의혹에 .. 더보기
(15) 소설가 김영하 ㆍ이젠 하루키 읽으면 졸려… 번역은 힘들어서 그만두려 해요 ▲ “밀당하는 게 피곤해 출판사는 한 곳으로 단일화… 사람 보는 눈은 없어도 글을 보면 정확히 판단해요, 그래서 누가 청탁하면 이메일을 보내라 하죠” ‘나쁜 살인은 나쁘다’라는 말을 쓴 사람은 의 작가 콜린 윌슨이다. 그렇다면 좋은 살인도 있는 건가, 라는 질문을 파생시킨다는 점에서 이 문장은 내게 매혹적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벌써 25년 전, 아니 26년 전인가. 하여튼 그쯤의 일이다.’ 김영하의 소설 의 첫 문장은 이 소설의 맥박을 단박에 보여준다. 치매에 걸린 70대 연쇄살인마의 시간은 분명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인이 김경주의 시를 인용해 ‘내 고통에는 자막이 없다. 읽히지 않는다’는 말을 내뱉..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