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

양과 질에 대한 오해 여름만 되면 해수욕장마다 피서객이 많은 것을 자랑한다. 수십만명은 보통, 100만명이 모였다고 떠들기도 한다. 10만명이 모였다는 어느 해수욕장을 항공사진으로 분석했더니 반에 반도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마구잡이 셈이라도 과장이 너무 심해 믿지 말라는 말로 들린다. 아니 믿는 사람이 바보다. 지나치게 인파가 많으면 행락의 질이 엉망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숫자만 불린다. 반대의 경우를 촛불집회에서 본다. 한편에서 3만명이라면 다른 쪽에선 7500명, 5만명이라면 1만6000명.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광장의 밤이 너무 어두워 잘못 세는가 보다). 그렇게 사람 수를 늘리고 줄이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 아닌 숫자에만 관심을 두는 ‘질보다 양’의 사고방식 때문이다. 그러면 ‘양보다 질’의 사고는.. 더보기
2014 리조트, 알렉산더 왕 ‘달콤한 감성 밴 작품’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BALENCIAGA)'의 신임 총괄 디자인 감독(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 된 29세의 스타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 그가 자신의 디자이너 브랜드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 2014 리조트 컬렉션에서도 자신만의 독창성 넘치는 작품군을 선보였다. 부피감이 모호하지만 보다 뚜렷한 비율이 살아 있는 이번 컬렉션에서도 구성미의 중요성은 여전히 강조된다. 특히 알렉산더 왕에게는 낯설은 색조인 분홍이 등장한 신선함은 섬세한 감각이 살아있는 디자인 요소 중 하나. 여기에 친숙한 색상 계열인 회색, 검정 그리고 흰색은 조화를 이루면서 컬렉션을 풍성하게 만든다. 또 사탕 껍질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광택 효과는 가죽 바지를 비롯 주름 윗도리, 분홍 미니스커트를 통해 독특한 느낌.. 더보기
2013 가을패션, 아너 ‘꽃잎 흐드러진 꽃밭의 마력’ 뉴욕을 무대로 여성미 넘치는 몸매 윤곽선에 정교한 섬세함을 더한 고급 원단을 사용해 인기를 얻고 있는 '아너(HONOR)'의 2013 가을 간절기 컬렉션. 오페라 가수에서 의대생으로 다시 패션 디자이너로 변신에 성공한 '아너'의 설립자이자 수석 디자이너 지오반나 랜달은 미국의 세계적 사진작가 윌리엄 이글스턴의 사진작품을 통해 이번 시즌 컬렉션의 영감을 얻었다. 꽃무늬 프린트의 드레스를 입은 늙은 여인이 낡은 꽃무늬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윌리엄 이글스턴의 1960년대말 사진 작품 '그네 위의 여인'은 아너의 컬렉션을 통해 보다 섬세한 작품으로 거듭나게 됐다. 아시아 양식의 꽃과 식물 프린트는 흥미로운 색조들과 환상 조화를 이루면서 영감을 가져다 준 '꽃'의 기본 주제를 한층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길.. 더보기
(14) 개그맨 남희석 ㆍ사람 ‘간’ 잘 보는 게 MC… 방송선 짧거나 도발적인 말이 인기 ▲ “연예인은 잘못하면 법적 제재 외에도 자숙해야 돼요…정치요? 돈 때문에 생각도 안 해요,10원 한 장 후원 안 받고 월급만으로 해야 되는데” 27승64패. 승률 0.297. 9개 구단 중 압도적 꼴찌. ‘한화 이글스 팬은 부처님이다’라는 말은 개막 후 13연패를 내달리던 김응용 감독 자신이 2013년 4월24일자 인터뷰에서 직접 꺼낸 말이다. 단체로 부처님 가면을 쓰고 목탁을 두들기며 응원하는 한화 팬들의 사진은 ‘불교TV’의 자료화면으로도 쓰였으니 말을 말자. 개그맨 남희석을 만났을 때, 그는 충청도에서 유독 개그맨이 많이 나오는 이유가 뭔지 물어보는 내게 “충청도엔 열사도 많아요. 유관순 누나, 윤봉길 의사!”라는 말을 꺼냈다. .. 더보기
‘그물 장바구니’의 친환경 디자인 작품 변신 현대스러운 세련된 디자인에 기능성을 더해 다양한 마감형태가 돋보이는 신생 가방 브랜드 '앤소잇고즈(AND SO IT GOES)'의 첫 번째 컬렉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탄생한 브랜드 '앤소잇고즈'의 디자이너들은 이번 컬렉션을 통해 전통 시장바구니를 새롭게 디자인해 과감하고도 참신한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 전통 패션상품에 현대 디자인 요소를 넣음으로써 대형, 중형, 소형, 초소형의 크기로 다양한 기능성을 갖추기는 물론 편안하고 가벼운 장바구니는 천연 면직 실과 가죽 끈으로 제작됐다. 지역 공방 예술가들의 작품을 발굴해 새로운 디자인 요소를 가미한 컬렉션으로 디자인 감독인 클래리스 친과 조지아 트리뷰아니에 의해 탄생했다. 미화 60달러짜리 인디고 미니 그물 장바구니부터 95달러짜리 대형 그물 장바구니까지 .. 더보기
2013 여름, 드림 컬렉티브 ‘자연과 건축의 조화’ 미국 LA를 무대로 새롭게 떠오르는 주얼리 브랜드 '드림 컬렉티브(DREAM COLLECTIVE)'의 2013 여름 컬렉션은 브라질의 자연과 건축 양식에서 영감을 얻어 눈길을 끈다. 여기에 브랜드의 총괄 디자인을 이끈 케서린 벤틀리는 뉴욕의 세련된 양식과 캘리포니아 고유의 맵시가 더해져 올 여름을 더욱 빛내 준다. 광택의 금속 소재로서 팔찌를 비롯 귀고리, 반지, 목걸이는 터키 옥색, 노랑, 연노랑을 중심으로 기본 색상 계열인 상아색과 낙타색 그리고 검정과 조화를 이룬다. 질감에 초점을 맞춘 이번 컬렉션은 브라질의 아름다운 도시 '리우 데 자네이로'와 나뭇잎에서 디자인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도형 형태는 매우 넓거나 호리호리한 팔찌에 적용되어 둥근 목걸이와 어울리며, 햇살 모양이 결합된 반지는 .. 더보기
‘설국열차’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여기 세 가지 장면이 있다. 가 우리 세계에 관한 어떤 가능성, 나아가 명백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비전은 이 세 가지 장면 없이 성립되지 않는다. 가 단지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 사이의 혁명 서사를 지루하고 게으르게 답습한다고 투덜대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 해석은 언제나 개별의 몫이다. 그러나 적어도 라는 본연의 이야기가 닿고자 하는 종착역은 그보다 훨씬 멀리 서 있다. 그렇다면 이 세 가지 장면을 짚어보는 작업을 통해 우리는 라는 모험이 과연 제시될 만한 비전인지 혹은 그저 서투른 선문답에 불과한지 다시 한 번 가늠해볼 수 있을지 모른다. 첫 번째 장면은 예카테리나 다리 시퀀스다. 정확히는 해피 뉴 이어 대목이다. 커티스의 꼬리칸 무리와 윌포드의 복면 부대가 혈.. 더보기
행복에 반대하다 ‘헐!’ 황당하고 놀라고 당황스러운 감정을 표하는 비속어. 어이없거나 야유와 조롱을 뜻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헉이 변했다 하고, 허(虛)얼에서 왔다고도 하지만 둘 다 근거가 없는 소리. 내 맘에 안 들고 못마땅하다는 속어일 뿐이다. 그 헐이 대문짝만하게 큰길가에 나붙었다. ‘행복’주택의 건립을 반대한다는 헐! 남의 행복이 내가 반대할 일인가. 남의 행복이 나의 불행인가. 그럼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인가. 아닐 것이다. 아니어야 한다. 나의 행복이 남의 불행이어서는 더욱 아니 될 일. 저 ‘헐!’을 외치는 이들에게 행복주택은 불행주택이다. 행복주택은 ‘토지사용료가 낮은 국공유지에 복합 주거시설을 조성’하여 시세보다 싼 임대료를 받겠다는 국토교통부의 임대주택정책. 집 없는 이들의 행복을 위한 정책이 불행.. 더보기
(13) 철학자 강신주 ㆍ누구에게 상처 줘 봤어요? 상처 받을수록 강해진다는 건 거짓말 ▲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원칙으로 사는 그…미워할 사람을 제대로 미워 못하면 사랑해야 할 사람을 제대로 사랑할 수 없단다 강신주. 1967년생. 경찰서에 붙잡혀가도 잠을 잘 정도의 공대생이었으나, 진로를 바꿔 철학을 공부했다. 2013년 7월 현재, 스물일곱 권의 책을 썼다. 두 권의 대표작은 과 . 객관적 철학사는 표방하지 않는다. 가령 제자백가 시리즈에서 맹자의 지위를 현격히 떨어뜨려 중국 고대철학 최초의 악플러라는 명칭을 부여하는 식이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자유의 의미를 체감한 시인 김수영은 강신주의 정신적 아버지. 경향신문에 연재하는 ‘철학자 강신주의 비상경보기’에 김수영의 미발표작 ‘김일성 만세’를 소개하며 4·19를 바.. 더보기
잉카문명의 후예 ‘마리오 테스티노 컬렉션’ 페루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작가 마리오 테스티노가 온라인 명품 쇼핑몰 '넷-어-포터 닷컴(Net-A-Poter.com)'과 함께 고국에서 영감을 얻은 콜라보 캡슐컬렉션을 선보였다. 페루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를 지원하는 문화예술재단 '마떼 아쏘시아씨온(Mate Asociación)'의 설립자이기도 한 마리오 테스티노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쿠스코 산악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페루인의 전통의상과 축제의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페루 남부의 도시로 12~16세기 잉카 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 지역을 5년간 탐방하면서 전통 의상에 관한 사료를 찾아 낸 마리오 테스티노는 자신의 사진 전시회를 통해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의 사진 작품에서 찾아낸 페루 전통의 추상 이미지와 프린트는 '넷-어-포터'의 패션디자이너들.. 더보기
돌체 앤 가바나, 드라마가 된 ‘중세의 가을’ 이탈리아 명품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의 2013년 F/W 시즌 광고캠페인 역시 한편의 드라마로 탄생했다.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를 비롯 비앙카 발티, 케이트 킹과 함께 새로운 얼굴로 루마니아 출신의 모델 안드레아 디아코누가 풍부한 감성이 담긴 표정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브랜드 공동 창립자이자 총괄 디자인 감독인 도미니코 돌체가 직접 사진촬영을 담당, 신나면서 짜릿한 드라마의 극적 장면을 연출해 냈다. 이번 컬렉션은 브랜드를 인증하는 레이스 장식의 작품과 함께 중세 기독교의 종교 색채가 뚜렷한 프린트까지 올 가을을 눈부시게 만들 의상들이 가득하다. 특히 베네치아 풍의 정교한 자수 무늬는 물론 12세기 시칠리아 몬레알레 성당의 비잔틴 모자이크를 차용한 문양이 눈에 띈다. 또 여.. 더보기
발광시대의 이웃 산과 들에서 취사를 금하지 않던 시절은 불판의 시대였다. 여기저기 돗자리를 깔고 생전에 처음 본 듯, 못 먹고 죽은 귀신 씐 듯이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그 시절 어느 날, 어떤 절집 계곡에 행락객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대웅전 마당까지 넘어오더라. 소란은 그나마 참을 만한데 담장을 넘어오는 고기 탄내는 부처님께 참으로 민망하더라. 아무리 제 맘대로 먹고 놀아도 육식을 금하는 절집 옆에서 고기를 굽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 하더라. 아무리 믿음이 다르고 없다 해도 이웃종교에 대한 존중이 없더라. 배려도, 염치도 다 없더라. 무엇을 먹고 안 먹고는 그저 고유한 먹거리문화 중의 하나일 뿐 옳고 그름을 가릴 일이 아니건만 88서울올림픽 때는 외국인들에게 혐오감을 준다고 개장국을 금했다. 그러자 보양탕·영양탕으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