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

(12) 사진가 윤광준 ㆍ성직자도 아닌데 왜 참죠, ‘잔욕망’ 해소시켜 나를 가볍게 해야 ▲ 세상 모든 물건들의 애호가·감각주의자·오디오 칼럼니스트…“먹어보고 짜면 안 먹을 테니, 즉각적인 감각이 주는 명확함에 더 끌려요” 사진 찍는 남자들은 당혹스럽다. 이 편견에 가득 찬 문장이 적어도 내겐 반쯤의 진실이다. 2005년 사진가 배병우를 헤이리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했을 때, 그는 내게 “사진에 언제부터 관심이 있었나?”라는 질문을 던졌었다. 첫 번째 질문은 곧 두 번째 질문으로 이어졌고, 여수 남자인 이 사진가는 어부 같은 손으로 고등어 스파게티를 만들더니, 아예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가 내게 물어본 질문이 내가 그에 관해 묻고 싶었던 질문지보다 더 길 것이란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순식간에 바뀌는 당황.. 더보기
2013 가을, 발렌티노 ‘우아하고 세련된 관능미’ 마리아 그라지아 치우리와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 듀오 디자이너의 천재다운 감각이 돋보인 명품 브랜드 '발렌티노(Valentino)'의 2013~14 F/W 시즌 컬렉션. 합리성을 살린 편집 디자인에 직관을 결합한 이번 컬렉션은 정교하면서도 유려한 실루엣이 특징. 뚜렷한 선으로 가볍고도 날씬한 세련미를 표현하면서 가까스로 억누른 전율 속에서 우아함과 관능미 사이를 오가고 있다. 아름다움과 세련미를 아우르면서 역동성이 담긴 맵시에 주목하는 발렌티노의 듀오 디자이너는 각 자 타고난 재능과 열린 시선을 통해 모순의 조화를 이루어 낸다. 이어 디자인의 이종교배와 맵시의 혼합을 통해 오뜨 쿠튀르가 지닌 가치는 물론 이해 기반의 공통 분모 속에서 새로운 공식을 규정해 냈다. 입고 있는 옷이 아니라 계속 변화하면서 예측.. 더보기
뉴웨이브 영화와 프라다 ‘예술과 패션이 하나로’ 예술작품같은 단순미에 약간의 익살스러움이 더해져 보이는 '프라다(PRADA)'의 2013~14 F/W 시즌 남성복 광고캠페인은 '전통에 불손스러웠던' 60년대를 풍미한 뉴웨이브 영화운동에서 영감을 얻었다. 기하학적 가구로 둘러 싸인 세련된 인테리어를 무대로 모델 촬영을 진행한 패션전문 사진작가 데이비드 심스는 영화배우 크리스토프 왈츠, 벤 위셔, 에즈라 밀러를 모델로 내세워 눈길을 끈다. 이번 시즌 패션쇼에서 OMA가 창안한 '이상향의 집(The Ideal House)'을 무대로 빌려왔는데, 미우치아 프라다의 친구이자 건축가인 렘 쿨하스의 건축사무소 OMA와 1938년 뉴욕에서 설립된 가구브랜드 '놀(Knoll)'이 콜라보 작업으로 탄생시킨 가구를 선보였던 것. 등장인물들은 각각 뚜렷한 역할을 맡아 컬렉.. 더보기
‘색조와 프린트’ 테드 베이커, 런던의 가을 맵시 시선을 사로잡는 색조와 숨이 멎을 듯한 아르데코 양식의 기하학적 프린트의 원단이 돋보이는 '테드 베이커(TED BAKER)'의 2013~14 F/W 시즌 컬렉션. 추억의 진한 향수와 옛 영화가 넘쳐나는 테드 베이커 컬렉션은 유리병의 밝은 초록빛 그리고 진한 붉은색으로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색감의 세련된 색상 계열이 인상에 남는다. 프린트와 색상을 애호하는 테드 베이커는 유화로 그려진 고전 명화에서 영감을 얻고 보석장식의 날개 프린트 그리고 1940년대의 영화를 상징하는 그의 인증 디자인을 통해 보다 크고 밝으면서 과감한 디자인으로 이번 컬렉션을 탄생시켰다. 맞춤형 블레이저와 니트 조끼, 몸매선이 고스란히 드러난 스커트와 섬세한 감각의 니트웨어, 대형 인조모피 칼라와 장식 단추가 달린 외투도 눈길. 친환경 .. 더보기
2014 리조트, 소니아 리키엘의 화려한 색상미 색조의 조화로 색상미가 돋보이는 '소니아 바이 소니아 리키엘(Sonia by Sonia Rykiel)'의 2014 리조트 컬렉션. 풍부한 하늘색의 푸른 감성은 물론 에머랄드빛 초록, 빨강과 진한 분홍색 그리고 노란색의 과감한 배치는 젊음이 넘치는 역동의 계절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에 충분하다. 특히 화려한 색상 계열은 흑백을 바탕으로 주름 치마를 비롯 단순미가 돋보이는 니트류, 칼라 셔츠에 이르는 컬렉션이 주종을 이룬다. 이번 리조트 컬렉션은 기다란 니트 드레스부터 '키스를 부르는' 독창스럽고 기발한 프린트까지 발랄한 여성미를 특징으로 한다. (이미지 = Courtesy of Sonia by Sonia Rykiel) 더보기
장소는 기억이다 ‘신선이 다스리는 살기 좋은 곳’이라는 단양엘 갔더니 산천물색 좋은 사이 ‘피화기마을’이라는 표지판이 보여 지인에게 물으니, ‘난리가 나도 화를 입지 않을 터’라고 한다. 6·25 때 난리가 난 줄도 모르고 살았더란다. 얼마를 더 가다 ‘통한의 곡계굴 위령비’를 보았다. “1951년 1월20일(음 12월12일) 오전 10시경 미군이 곡계굴과 노티마을 일대를 폭격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마을 가옥 50여 호가 전소되고, 곡계굴 내부에 피란차 은신 중인 주민과 피란민 약 360여 명이 사망 또는 부상당했다. 이들 대부분은 곡계굴 안에서 불타거나 질식해 사망하였고, 일부 굴 밖으로 뛰어나온 사람들은 기총 사격에 의해 사망 또는 부상했다. 이 가운데 생존한 사람은 10여 명에 불과하였다.” 가까운 거리에.. 더보기
‘호스텔’이 과연 범인일까 사람들은 낯설고 알 수 없는 것에 공포를 느낀다. 메리 셀리의 을 들춰보자.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천진한 영혼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포와 타도의 대상으로 일찌감치 낙인찍혔던 건, 사람들이 보기에 그가 ‘나와 다른 무엇’이었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것을 향한 공포와 혐오는 곧잘 너무나 쉬운 이유나 해법을 만들어내는 태도로 연결된다.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이를 두고 서둘러 자극적인 동기와 인과관계를 ‘창조해내는’ 태도 말이다.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모습에서 이와 같은 양상은 매우 흔하게 노출된다. 특히 속칭 ‘10대 오원춘 살인사건’ 혹은 ‘용인 엽기 살인사건’으로 불리고 있는 최근의 사건과 같이, 동기 자체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 별안간 수 년 전의 영.. 더보기
(11) 디자이너 정구호 ㆍ옷 잘 입는 비결은 자신감… 좋은 옷은 사람이 먼저 보이는 옷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 하루 10번의 회의·10개 이상의 패션 브랜드를 꾸려나가는 남자…“남자를 유혹하고 싶으면 남자가 디자인한 옷을 입으세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공에 대한 정의는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가 말했다. “제게 성공은 쇼를 계속할 수 있는 거예요. 또 하나 끝났고, 다음 쇼 준비해야죠!” 그것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점에서 나는 그의 성공론이 꽤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아기 토사물 같은 맛이라는 망고 스틴즙과 우유 단백질, 고지즙 같은 요상한 액체류와 소화제 몇 알을 첨부해 식사로 챙겨먹는 이 골초가 루이뷔통 같은 거대 브랜드를 이끌며 쇼를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며 ‘칼로리’가 꼭 ‘에너지.. 더보기
케이트 보스워스, 탑샵의 보헤미안이 되다 미국의 영화배우 겸 가수로 할리우드의 패셔니스타이자 모델로서도 매력 넘치는 케이트 보스워스(30)가 올 세계적인 음악축제 '코첼라'를 위해 영국의 유명 패션 브랜드 '탑샵(TOPSHOP)'과 콜라보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올해 4월 열린 '코첼라밸리 뮤직·아트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 된 16종의 탑샵 캡슐컬렉션은 케이트 보스워스가 지난 크리스마스 광고 캠페인에 이어 다시 영감을 전해준 결실이다. 짧은 드레스와 반바지를 비롯 조끼와 술장식이 달린 의상들은 전세계의 음악 축제인 '코첼라'를 통해 보헤미안 맵시의 멋을 선보였다. 탑샵은 케이트 보스워스가 출연하는 비디오 캠페인 '코첼라 가는 길(The Ro.. 더보기
풍경 속의 태도 ‘물의 깊이는 알 수 있으나 사람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다(水深可知人心難知)’는 말은 항상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뒤에 나온다. 속을 살피지 않고 입맛대로 판단하는 이들이 주로 겪는다. 왜 그럴까. 속이란 잘 안 보이기 때문이다. 오판의 위험성이 있음에도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의 힘은 열 중 하나라도 보이는 데서 온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지만 대놓고 보이려는 것은 함정이기 쉽다. 흑심이란 요물은 평소에 잘 안 보이는 곳에 숨어 산다. 공사현장의 화장실은 대부분 후미진 곳에 옹색하게 형식적으로 만든다. 할 수 없이 일은 보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런데도 개선이 잘 안되는 이유는 공사만 끝나면 철거한다는 생각으로 소홀하게 만드는 탓이다. 그런 곳은 쓸수록 지저분해지니 매일 볼일을 봐야 .. 더보기
‘참을 수 없는’ 건축의 ‘가벼움’ 땅거미 진 어느 골목에서 보았다. 짐작컨대 저 건물의 내부는 층을 쌓는 바닥도, 칸의 가름도 없는 하나의 높고 넓은 공간이리라. 살펴보니 그곳은 비바람만 피하려는 철재가공공장이더라. 이름 짜한 갤러리의 비싼 조명보다 더 근사하게 비치는 외벽은 실은 대낮에 작업공간에 햇빛을 들이려고 반투명한 재료를 쓴 것이니 밤 풍경은 그저 덤이더라. 필요한 넓이에 기둥을 박고 경사지붕을 덮으니 형태는 단순하고 재료는 소박하여 무엇 하나 꾸민 게 없이 담백하더라. 건축이란 대지를 존중함이 마땅하지만 그런 경우는 가뭄에 콩 나고, 공공건축 또한 세상을 향해 문 닫기 일쑤다. 공동주택에서조차 공동성의 실천을 보기 어려우며, 문화와 예술을 앞세우고도 쓰임새 없이 놀고 있는 반문화적 건물은 얼마나 많은가. 주변의 여러 맥락, 사.. 더보기
(10) 영화감독 장항준 ㆍ‘노는 인간’이라 정의될 법한 남자… 실패도 독창적으로, 재밌게 ▲ 배우·작가·연출자·스타 작가의 남편으로 다양한 이력…“드라마 찍으며 이기는 법이 아니라 지지 않는 법 배웠죠” 영화감독 장항준과 관련된 내 첫 번째 기억은 그가 어느 방송에 나와서 했던 말이었다. “제가 모텔 단골이라서, 돈 없는 날 여자친구랑 가면 외상을 해줬어요.” 소설가 K가 혼자 떠난 여행에서 ‘숙박 3만원, 대실 1만5000원’이란 팻말을 보고 했단 말이 떠올랐다. “아저씨! 저 진짜 돈이 없어서 그런데, 대(큰 대)실 말고, 소(작을 소)실은 없어요?” 하하하! 두 남녀를 떠올리며 눈물 나게 웃어댔었다. 두 사람 모두 돈이 없었다는 점에선 동일하나, 한 명은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로, 한 명은 여행을 떠나는 여자로 모텔의 기능.. 더보기